박범계 "어찌됐든 밝혀야할 사안" … 경찰, 대주주 김씨에 출석 통보

검찰과 경찰이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가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선거범죄 전문인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현재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 중이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검찰 수사 속도 빨라질 듯 = 이재명 캠프는 19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 3인을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을 기획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영전해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중"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고의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고발장을 분석한 후 강제수사 등 본격적인 수사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4일 "어제 사건이 배당돼 고발장을 분석한 후 수사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 측 고발사건이지만 '허위사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 만큼 검찰이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의혹 전반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3일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화천대유 의혹 고발사건 등에 대해 "어찌됐든 밝혀야 할 사안 아니겠나"라며 "특히 대선이라는 선거철에 나온 건이고 또 당사자(이재명 지사)도 수사에 적극 응하겠다고 진상을 밝혀달라는 입장인 걸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혁명당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등은 23일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11월부터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일하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들은 "권 전 대법관은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며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사로 법률 자문을 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횡령·배임 수사에 집중 =경찰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와 이성문 대표 등 경영진 간 거액의 대여금이 오간 정황에 대한 자금 흐름과 용처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최근 김씨에게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엔 김씨와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출석을 전제로 일정을 조율중"이라면서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지적한 자금흐름과 관련해 소명할 내용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은 4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와 관련해 수상한 자금 흐름이 발견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넘겨 수사 전 단계인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하도록 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사건을 이성문 대표의 주소지를 관할로 둔 용산경찰서에 배당했다.

현재 용산경찰서는 이 대표와 김씨 간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 중이다. 당사자들은 법인과의 자금거래가 대여금, 즉 '빌린 돈'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화천대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9년 화천대유에서 26억8000만원을 빌렸다가 갚았고, 2020년엔 다른 경영진과 함께 12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린 것으로 공시됐다. 이 과정에서 법인에 손해를 끼쳤거나 법인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배임·횡령 혐의로 정식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용산경찰서는 4월 내사에 착수한 이후 이 대표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는 경찰에서 "사업에 필요해 빌려 썼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최근 김 씨에게 출석 통보를 한 뒤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이 당사자들 주장의 진위를 파악하고 관련 자료들을 분석하는 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식 수사로 전환되면 서울경찰청 등의 직접 수사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편 화천대유를 둘러싼 의혹 보도가 잇따르자 용산서는 속도를 내기위해 조사 주체를 경제팀에서 지능팀으로 교체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금융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 1개 팀을 투입해 지원에 나섰다. 다만 김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사업 시행을 맡은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배당 방식을 설계한 인물이 누군지 등 이른바 사건의 '몸통'까지 경찰이 들여다보게 될지는 미지수다.

안성열 · 김형선 · 장세풍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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