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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공사소음 피해' 주민, 건설사에 승소

KCC건설, 1인당 최고 103만원 지급

지자체 '민원제기, 피해 입증에 도움'

등록 : 2021-09-24 12:41:52

공사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잇달아 승소했다. 초기 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이 승소하자 나머지 주민들도 뒤늦게 별도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경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강원도 속초시 A아파트 주민 B씨 등 183명이 KCC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17년 1월부터 2년간 KCC건설은 한 시행사의 의뢰를 받아 강원도 속초시 A아파트 인근에서 아파트 신축공사를 실시했다. B씨 등은 소음과 진동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2020년 6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 등의 소송에 앞서 다른 주민들이 먼저 KCC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2월 승소(1차 소송)한 바 있다. 관련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26부는 KCC건설에게 피해 주민들의 거주 기간 등을 고려해 최고 103만원씩 모두 1억1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앞선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이 추가로 제기한 소송이다.

◆민원 결과가 주요 증거 = 2018년 3월 C씨 등 A아파트 주민 173명은 KCC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속초시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속초시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A아파트에서 소음을 측정했다. 주간에 모두 기준치를 초과하는 소음도가 측정됐다. 속초시는 이를 근거로 KCC건설에 개선명령 등 행정처분과 과태료 부과를 처분했다.

KCC건설 측은 가설울타리와 가설방음벽, 차음시트 등을 설치했고, 저진동 및 저소음 장비를 사용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맞섰다.

사실 공사가 끝난 후에야 법원 등의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소음 등의 기록이 남을 수 없다. 하지만 주민들이 공사중 적극적으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 결과는 소송에서 중요 증거로 쓰였다.

1차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공사 소음은 여러 건설장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복합된 것으로 충격소음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속초시가 측정한 소음도 기준치를 넘는 점을 종합하면 C씨 등 주민들이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을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조권 침해 등에는 시공사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고, 거주기간 등을 고려해 KCC건설이 주민들에게 최소 12만원에서 최고 103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KCC건설과 주민들은 이 소송에 승복했고 판결이 확정됐다.

◆불법 알게 된 때가 기산점 = 1차 소송 판결이 나오고 KCC건설은 판결결과에 승복했다. 아파트 이웃들이 승소 확정 판결을 받자 나머지 주민들도 소송에 참여해 2차 소송이 시작됐다.

2차 소송을 담당한 김 판사는 1차 소송 결과를 고려해 B씨 등에게도 최고 103만원을 KCC건설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KCC건설 측은 2차 소송이 시작되자 "2020년 6월 소송이 제기됐으므로 2017년 6월 이전 소음 피해 등에 대한 시효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민사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시효는 3년이다. 소음이 시작된 게 2017년 1월이므로 3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소송이 제기된 셈이다. 이러한 사정이 위자료 산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다.

손해배상의 기준점이 되는 기산일(계산이 시작되는 일시)에 대해 김 판사는 공사 현장에서 소음이 시작된 시점(2017년 1월)이 아닌 "(1차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에 대한 피해 감정서가 도착한 2019년 1월"이라고 판단했다. 즉 공사장에서 소음이 들리던 시기가 아닌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소음 등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판사는 주말에만 거주하고 주중에는 다른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한 일부 주민들에게 대해서는 위자료를 줄였다. 소음과 진동 등 생활상 피해이기 때문에 주민등록상 주거지가 아닌 실제 주거지로 위자료를 계산해서다.

KCC건설 측은 주중 낮시간에 직장 등에 근무한 경우에도 손해액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 판사는 주말이나 휴일에도 소음과 진동에 노출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KCC건설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KCC건설은 이 소송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1차 판결에 승복한 점을 고려하면 1·2차 소송 모두 약 2억5000만원을 손해배상하고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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