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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국정원 민간인사찰, 왜 기소하지 않나

등록 : 2021-09-30 11:26:44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국정원에 4대강 민간인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정진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대한 기소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녹색연합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 4대강 민간인 사찰 피해 환경단체들은 지난 4.3 보궐선거 당시 검찰에 박형준 부산시장과 정진석 국회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7일 남은 오늘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공소시효 1주일 전까지 기소도 안돼

박 시장에 대한 고발장은 지난 3월 17일 접수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피의자 조사도, 압수수색 등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기소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정 의원에 대한 고발장은 5월 7일 접수됐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공소시효 만료 한달 남짓 남은 지금까지 고발대리인 조사 이외에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으로서 국정원을 동원해 4대강 반대단체에 대한 사찰과 공작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4대강 반대 소송을 벌이는 변호사를 압박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기획했고, 반대단체 주요 인사들에게 친밀한 사람을 전담관으로 배치해 정보를 탐지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교수의 부동산 취득내역 등을 사찰해서 약점을 캐려고 했다.

박 시장은 그런 일을 알지도, 보고받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정부에서 민간인 사찰이 없었다며 지난 지방선거 때 박 시장을 두둔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은 더 이상 반복되면 안될 위헌적 국가폭력이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는 범죄다. 국회는 지난 7월 24일 국정원 사찰의 위법성을 확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 담긴 권고에 따라 박지원 국정원장도 8월 27일 피해자들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박 시장과 정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적극 행사되어야 한다. 이들은 토론회 답변, 언론 인터뷰, 시사대담 프로그램 등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선거대책회의에서도 같은 취지로 발언했고 페이스북에서도 마찬가지다.

민간인 사찰 단죄할 기회 놓치지 말길

국정원이 공개한 4대강 사찰문건은 박 시장이 홍보기획관 재직 시점에 작성됐고 '홍보기획관 요청' '배포처 홍보기획관'이라고 명시돼있다. 국정원이 지난 7월 국회 정보위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자.

이 보고서에는 박 시장이 청와대 홍보기획관 재직 당시 4대강 주요 반대인사들에 대한 관리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대통령이 관련 인물들을 잘 관리하라고 지시했으며, 박 시장은 차관회의에서 국정원의 대책을 적극 반영토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국정원이 공개한 다른 사찰문건은 정 의원이 정무수석 재직 당시 작성됐고 배포처에 정무수석이 기재돼있다. 이런 정황으로 보면 박 시장과 정 의원이 국정원 민간인 사찰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검찰이 이미 수사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증거기록과 국정원 감찰실이 작성한 감찰결과 보고서도 증거가 된다. 검찰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을 단죄할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선택적 정의의 수호자라는 오명을 얻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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