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대한민국 지식을 모으고, 담고, 잇다.' 개관 76돌을 맞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의 슬로건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 일흔여섯해 동안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되새길 국민에게 드리는 약속이자 스스로 하는 다짐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대한민국 지식을 모으는 국가기관이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지식정보자원의 포괄적 수집을 책임진다. 외국에서 생산되거나 외국에 소재하고 있는 자료라도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다면 최대한 수집하려고 노력한다. 인쇄자료는 물론이거니와 음반 비디오테이프 마이크로필름 같은 비도서자료, 전자책과 전자저널 웹툰 웹페이지 같은 온라인자료까지 매체의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일제에서 해방되자마자 1945년 8월 17일에 '도서수호문헌수집위원회'를 구성해 조선총독부도서관의 장서를 온전하게 인수하는 한편, '문헌수집대'를 꾸려 직접 거리로 나서서 그 당시 여기저기에 뿌려지던 온갖 인쇄물을 수집하고, 그해 10월 15일 아직 정부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립도서관'을 개관한 도서관 선배들의 DNA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개관 당시 28만권이던 국립중앙도서관 장서는 지금 오프라인 자료 1300만권, 온라인자료 1700만건을 헤아릴 정도로 성장했다.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으로 한단계 도약

장서가 매년 약 50만권씩 증가하는 추세로 보아 머지않아 국립중앙도서관 서고의 최대 수장량 1500만권을 초과할 상황에서 강원도 평창에 국가문헌보존관 건립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다행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작년 말 총사업비 610억원으로 건립이 확정되었고, 올해 기본설계가 진행 중이다.

2024년 개관하게 될 국가문헌보존관은 국립중앙도서관 장서는 물론 서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도서관들의 자료 보존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도서관 데이터센터로서 디지털콘텐츠 구축의 거점이 되고, 디지털 매체 등 다양한 유형을 가진 자료의 보존과 복원 기술의 연구 개발을 통해 국가문헌을 두루 담아 안전하게 후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만고의 진리. 애써 모으고 담은 지식이 제대로 잘 이어져야 비로소 보석처럼 빛나고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는 바탕이 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대한민국 지식 콘텐츠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 사이를 이어준다. 이를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은 각종 서지 관련 업무, 참고정보서비스, 그리고 큐레이션 서비스 등을 수행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외 도서관과 사서들을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국가자료종합목록 도서관상호대차서비스(책바다) 국가지식자원공유서비스 해외한국학사서글로벌네트워크(INKSLIB) 해외사서연수프로그램 등은 이와 관련된 몇가지 사업들이다.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국립중앙도서관이 간직한 꿈은 시대상황과 정보기술 발전에 따라 지난 76년 동안 변화를 거듭했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이 한낱 백일몽이 되지 않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여러 난관을 만났다.

국가대표 도서관 비전 향해 나아갈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중앙도서관은 내건 슬로건을 오롯이 실천하면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국가대표 도서관'이라는 비전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