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업체 대표 나씨 참고인 조사

8억3천만원 남 욱 거쳐 유동규에

정관계 로비자금 여부 등 경위 조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흘러나온 회사돈 100억원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토목사업권 수주 대가로 개발사업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가 그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토목건설 업체 대표 나 모씨가 이날 오전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았다.

나씨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대장동 개발사업의 분양 대행을 맡은 업체 대표 이 모씨에게 토목사업권 수주를 청탁하면서 20억원을 건넸던 인물이다.

이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먼 친척 관계로, 박 전 특검은 이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한 코스닥 상장업체에 2014년 1월 사외이사로 한 달간 재직하기도 했다.

또 박 전 특검의 아들은 이씨가 운영한 또 다른 회사에서 2015년 11월부터 3개월간 근무했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나씨 회사는 2016년 8월 이뤄진 토목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배제됐다.

이후 나씨는 이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2019년 4월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나씨에게 해당금액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가 건넨 돈이 화천대유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문이 제기됐다. 더욱이 이씨가 나씨로부터 받았던 돈은 20억원인데 반해, 김씨가 이씨에게 건넨 금액은 100억원이라 용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김씨는 이씨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씨가 뇌물·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도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씨에게 보낸 20억원 외에 나씨는 남 욱 변호사에게 10억원을 빌려줬는데 이 중 8억3000만원이 유씨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구속영장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김씨와 위례신도시 민간사업자 정재창씨로부터 각각 5억원과 3억원을 받은 혐의에 더해 나씨에게서 8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추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나씨를 상대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건넨 경위,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씨와 금품을 주고받은 구체적인 과정 등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8일 이씨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이날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호 이한성 대표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의 구체적인 신원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명확히 밝힐 수 없다"며 "의혹이 제기된 인물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