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9월 강원도에서 열린 '달리는 국민신문고' 상담창구에 A씨가 급하게 달려왔다. "한달에 100만원 남짓 벌어 여섯 식구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장질환을 앓는 막내딸 병원비 때문에 공과금을 열달 동안 내지 못해 곧 가스가 끊기게 생겼습니다."

A씨 사연을 들은 국민권익위원회(국민권익위) 상담조사관은 즉시 복지기관, 지자체 담당자들을 그 자리에 불러모았다. 함께 중지를 모아 연계가 가능한 복지지원 사업을 찾아냈고, A씨는 바로 생계비와 식료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800회 넘게 현장 달려가 2만건 이상 해결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야하는 생활문화가 확산되고 비대면 활동방식이 일상을 대체하고 있다. 어느새 식당보다는 배달음식을, 사무실 근무보다 재택근무를, 직접 만남보다 온라인 만남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낯설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산간이나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고령층 저소득층과 같이 인터넷 접근성이 낮거나 디지털기기의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다. 비대면사회로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들에겐 누릴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찾는 법도, 간단한 생활불편이나 고충을 해결할 창구를 아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국민권익위의 '달리는 신문고'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2003년 국민권익위 전신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권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산간·도서·벽지 등을 직접 찾아가는 국민 고충해소 서비스 '이동 신문고'를 탄생시켰다. 2018년에는 대형 상담버스를 도입,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국민 권익구제 활동에 힘쓸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달리는 국민신문고'는 2003년 출범 이후 800회 넘게 현장으로 달려가 2만건 이상의 고충민원을 상담하고 해결했다. 달리는 국민신문고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행정 분야 베테랑 상담 조사관들이 직접 상담을 하고, 상담 과정에서 담당공무원 민원인과 함께 현장을 확인하고 대안을 협의해 즉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민원 해소 위해 신문고 새 단장

이러한 장점을 십분 발휘한 달리는 신문고의 활약상은 수없이 많다. 간이상수도 취수원 오염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인의 요청에 즉시 현장을 확인해 취수원을 정비하고 물탱크를 이전하도록 조치했다. 사거리 신호등이 없어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는 마을 주민의 호소에는 회전 교차로 설치를 추진하도록 도왔다. 지붕에서는 물이 새고 벽은 부식된 주택에서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주거복지 취약계층을 위해 주택을 정비하는 등 수천건의 민원을 현장에서 해결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중된 소상공인 농어민 지역주민들의 민원 수요에 맞춰 상담버스를 두대로 늘리고, '이동신문고'를 '달리는 국민신문고'로 새롭게 단장해 코로나19 위기상황에 고충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삶이 팍팍해진 요즘 국민권익위의 '달리는 국민신문고'는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의 고충이 사그라질 수 있도록 '달리는 국민신문고'는 국민의 고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