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평량 경제평론가

2000년대 후반부터 유럽연합(EU)은 ICT기술진보 등에 따른 디지털경제와 플랫폼화 양상에 주목하고 2015년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을 공식화했다. 이후 '디지털 단일화시장 전략 이행 중간보고서'(2017) 등으로 플랫폼 활성화와 통제가 정착됐다.

포괄적으로는 디지털화의 발전을 기본으로 하되 혁신에 따른 플랫폼사업자(운영자)와 참여자, 특히 소비자보호를 위한 공정성 투명성 안전성을 담보하는 디지털환경의 보장이 핵심이다. 즉, 불공정한 계약조항 문제와 분쟁해결, 투명성 강화를 위해 플랫폼 운영자의 이용자보호의무, 고객에 대한 의무 등을 축으로 진행됐다.

그간 관망적이던 미국도 빅테크 또는 플랫폼기업에 대한 시장통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리나 칸(Lina M. Khan)을 임명하고, 하원 법사위에서도 지난 6월 플랫폼 독점종식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을 포함한 5개 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기업의 현재 또는 잠재적 고객에 대한 이해상충행위가 발생할 다른 사업 진출 금지, 플랫폼들의 불법적인 차별행위 통제와 비공개정보 등의 사용(私用)금지, 빅 플랫폼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포식자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는 당연

우리나라도 배달플랫폼 사업자들의 갑질 등이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된 이후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안'이 올 2월 국회에 제출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재계와 일부전문가는 이 법안이 시기상조일뿐 아니라 기업규제이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주요국의 경제여건과 우리의 그것을 비교분석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예컨대 대자본(재벌)의 경제력 집중도에 의해 야기된 각종 경제사회문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나라가 심각하다.

나아가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허용되고, 자사제품의 차별적 행위, 수수료 전가, 정보 독점, 비공개정보의 상업적 활용 등이 여전하다. 시장지배력과 독과점의 힘에 의해 참여사업자의 권익이 침해당하고, 주요업종 포식자로서의 플랫폼은 가격결정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골목시장과 상권의 소상공자영업 생태계가 다시 한번 파괴되고 있다. 지금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과거 대형유통업체들이 골목상권을 무너뜨린 것보다 더 심각하게, 그러나 조용한 방식으로 소상공자영업자의 땀과 눈물을 빨대로 흡수하고 있다.

후발국으로서의 한국이 EU 일본 미국 등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IT강국을 자랑하며 디지털경제를 전면적으로 추동해오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들의 사례를 단순 모방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문제점, 즉 대자본으로의 경제력집중, 경쟁 제한적 시장구조의 심화와 불공정한 행위의 일반화, 중소기업과 소상공자영업자, 노동자의 권익박탈과 경제활동의 자유가 억제될 것이다.

소상공인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제화

21세기 4차산업혁명은 사람중심으로 진화돼야 한다. 우리 미래를 고려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제화는 소상공자영업자 보호가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미국법안 수준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