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우리나라의 근로시간면제제도(근면제)는 법률로 정한 한도 내에서 노조대표자(노조전임자)의 단체교섭 노사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노조활동 시간을 유급으로 인정받는 특수한 제도다. 그동안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왔다.

그러던 중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ILO는 우리 정부에 노조전임자의 급여문제에 대한 입법적 관여를 폐지하고 노사자율에 맡길 것을 일관되게 권고해왔다.

한국노총은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선 노조전임자 급여문제 역시 ILO 권고사항에 맞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을 폐지하고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이관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특히 노조법 부칙에 "법 시행 즉시 근면위가 조합원수, 조합원의 지역별 분포,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연합단체에서의 활동 등 운영실태를 고려해 근로시간면제한도 심의에 착수할 것"을 명시했다.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초과하는 노사합의는 무효로 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종전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근면위 심의를 거쳐 현행 근로시간면제한도를 개선하도록 한 것이다.

드디어 2021년 7월, 개정노조법 시행에 따라 경사노위에 근면위가 설치되고 근면제 운영실태 조사를 거쳐 11월 초 본격적인 심의를 앞두고 있다.

자율교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ILO 권고와 노조법 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번 근면위 심의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현행 근로시간면제한도는 노사 자율교섭의 여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현재처럼 조합원수에 따라 10개 구간으로 노조활동 시간을 촘촘히 규제하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둘째, 부칙에 명시한대로 '연합단체에서의 활동' 즉 상급단체 파견 전임활동을 고려해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재조정해야 한다. 현행 근면제 시행 이후 상급단체 파견자 전임자수가 70% 가까이 축소되면서 노사관계를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노동조합 상급단체의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셋째, 조합원 1000명 이상 기업의 경우에만 지역적 분산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불합리성도 개선돼야 하고, 장시간-교대제 근무 등 사업장별 다양한 특성에 따른 타임오프 한도 조정도 필요하다.

제3기 근면위는 현행 근면제 시행으로 위축된 상급단체 및 중소기업의 노조활동 문제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상급단체와 중소기업 노조활동이 활발해져야 우리나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급단체와 중기노조 활동 개선에 주력

경사노위 위원장은 하루라도 빨리 심의를 요청하고, 연내에 논의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역할해야 한다. 근면위가 고용노동부에서 경사노위로 이관만 되었을 뿐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것은 경사노위 스스로 불필요한 기구임을 입증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사회적 대화를 강조해왔던 한국노총의 입장도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