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 이르면 31일 대선 출마선언 … "대결정치 청산"

다자대결 9∼10% 기록 … 야권, 1997년 악몽 재연 우려

"진작에 합당했어야" 후회 … '제2DJP 연대' 불가피 관측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르면 31일 내년 3.9 대선출마를 선언한다. 중도포기까지 합치면 세번째 대선 도전이다. 과거에 비해선 지지율이 낮은 편이지만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국민의힘에서는 벌써부터 "야권분열은 필패"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안 대표는 31일이나 내달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4.7 재보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실패한 뒤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추진했지만 지난 8월 결렬선언을 했다. 이번 대선출마 역시 거대여야가 아닌 제3지대로 출마하는 셈이다.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남·충북 토론회│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만년동 KBS대전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후보. 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안 대표는 통합의 리더십을 통해 거대여야의 대결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국민통합도 안 대표의 핵심 메시지다. 거대여야의 극단적인 대결과 분열정치에 싫증이 난 중도층을 향한 구애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2012년 첫 대선 도전에 나섰지만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전격적으로 양보하고 불출마했다. 야권은 후보단일화를 이뤄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안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는 완주해 21.4%를 얻으면서 3위를 기록했다. 2위 홍준표 후보(24.03%)와 표를 합치면 1위 문재인 후보(41.08%)를 넘어서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세번째 도전인 안 대표는 과거보다는 지지세가 약한 편이다. 한국갤럽(10월 19∼21일, 1000명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다자대결 조사에서 △이재명 34%, 윤석열 31%, 안철수 9%, 심상정 7% △이재명 33%, 홍준표 30%, 안철수 10%, 심상정 8%를 기록했다. 4년전 대선에 비해선 지지율이 낮지만 여야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만큼의 세는 된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안 대표가 출마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중도표를 흡수한다면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 출마→야권후보 분열→야권지지층 분열→국민의힘 후보 패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8.74%)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19.20%)가 보수표를 나눠가지면서 김대중 민주당 후보(40.27%)가 어부지리를 얻은 전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대중 후보는 야권분열을 막기 위해 김종필 자민련 후보와 DJP연합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15대 대선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제2의 DJP연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무작정 후보를 양보해달라고 하는건 성사 가능성이 낮은만큼 공동정부 수준의 큰 그림으로 설득해야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캠프 관계자는 26일 "당이 진작에 (국민의당과) 합당을 성사시켰어야하는데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벌이다가 일을 그르쳤다"며 "뒤늦게 수습하려면 양보 보따리가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총리와 일부 장관 추천권 △지방선거 공천권 일부가 단일화 조건으로 거론된다.

물론 국민의힘이 제2의 DJP연합 카드를 내놓는다고해서 안 대표가 덥썩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결정치 청산을 내건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손잡는건 어색한 장면임이 분명하다. 2011년 정치입문 이후 '새 정치' 대신 종착점을 앞두고 후퇴하는 '철수 정치'만 반복한다는 비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다만 야권지지층의 "정권교체를 망칠 셈이냐"는 우려가 안 대표의 '결단'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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