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외교장관 모스크바에서 회담

푸틴 대통령 방한도 조기 추진키로

문재인정부가 임기말까지 총력을 다해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러시아는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혀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한-러 수교 30주년 행사 폐막식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 후 언론브리핑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양국이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양측은 현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북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브리핑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 정세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면서 "양측이 역내의 모든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모든 관련국의 협상 프로세스 재개 필요성이 강조됐다"면서 "이와 관련 모든 당사국이 긴장 고조 원인이 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각별히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 참석한 고위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러시아 측도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는 달리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우리는 단계별로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언급을 자제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해 대외적으로 공식 언급한 발언이면서도 한국 정부와는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한국 정부와 우리의 집중적 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너무 많이 밝히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에 속도를 내기 위한 모멘텀으로 종전선언 카드를 제시한 문재인정부에 대해 러시아는 호의적 반응을, 미국은 시각차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편 한러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관련 논의 외에도 경제협력, 방역보건분야 협력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두루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조기에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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