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열린민주·시민단체

정의당 지도부 조문 거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진보진영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MBC 라디오에 나와 "군사쿠데타와 그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수많은 분이 있지 않나. 그분들에 대한 상처와 마음이 존중돼야 한다"며 "(정부의 결정에)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뿐만 아니라 이재명 여당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대표 등은 청와대와 정부의 기조에 맞췄다. 송 대표는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구했던 마음과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억한다"고 했다.

하지만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책임, 유서대필사건 등 노 전 대통령의 '원죄'를 직선제 수용·북방 외교 등으로 가릴 수는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민형배·송갑석·윤영덕·이병훈·이용빈·이형석·조오섭 등 민주당 광주 지역의원은 성명에서 "노태우는 명백한 5·18 학살 주범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광주와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없는 학살의 책임자를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면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의를 얘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광주시민단체 협의회는 "노태우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아직 미완성인 5·18의 진실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의지에 반하는 것이며, 진실을 왜곡하고 끝내 참회하지 않은 학살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1987년 6월 항쟁의 선봉에 섰던 우상호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본인이 선의를 갖고 후회하거나 반성한다고 해서 역사적 평가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장 문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도부 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도 조문을 가지 않기로 했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다르다는 건 궤변"이라며 "그에게 국가장을 치러준다는 것은 국가의 이름으로 그가 행한 쿠데타와 학살과 독재를 승인하는 역사적 평가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곧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판단과 연결될 수밖에 없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아직 5·18의 기억과 피해자가 남아있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파장이 얼마나 확산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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