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호 단국대학교 교수

인구의 도시 집중화와 아파트 고층화, 고령화 등으로 가면 갈수록 민방위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예상해 지하철역이나 아파트의 지하실 등을 민방위 대피시설로 지정하고 방독면을 준비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또 평시부터 경보발령과 대피시스템을 개선해왔다.

실제상황 대비해 알고 행동해야 할 일

아파트 같은 민방위 경보전파 대상 건축물은 방음과 내부소음, 대형화, 지하화 등으로 경보전파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자동으로 경보를 전파할 수 있도록 경보단말장비를 개발해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경보단말장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장비표준과 기술기준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하고, 인증제도도 도입했다.

보다 신속한 국민의 대피를 위해서는 경계 및 공습경보시 국민이 주간이나 야간을 막론하고 대피시설의 위치를 쉽게 식별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입구에 음향 및 경광장치 등을 설치해야 한다. 대피시설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표시한 표지판도 필요한 곳에 설치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정부가 법을 제정하고 제도를 발전시킨다고 해도 국민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실제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그대로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런 만큼 국민도 알고 행동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 경계 및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최단 시간에 주변의 대피시설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둘째, 지하철역 등 주변 어느 곳에 대피시설이 있는지 평소 관심을 갖고 봐둬야 한다. 이는 경보발령시 빨리 대피할수록 안전하기 때문이다. 셋째, 경계경보와 공습경보, 해제경보 등의 신호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넷째, 아파트 등의 지하주차장에 급수시설 설치와 전자메가폰, 지휘용 앰프, 응급처치세트, 환자운반용 들것, 휴대용 조명등 등 민방위 관련 시설과 장비를 보강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은 민방위 상황에서 주민의 안전과 생명보호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런 비품을 준비하면 더욱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지하주차장이 없다면 화장실도 방호력을 제공할 수 있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방독면과 응급처치키트를 준비하는 것도 생각하자. 화생방전에 대비한 방독면은 개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응급처치키트는 부상을 입을 경우 응급처치는 물론 생명유지를 위하여 긴급한 조치를 하는 데도 필요하다.

국민 개개인도 민방위 업무 주체로 참여

민방위 업무는 나와 우리 가족,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업무다. 정부는 정부대로 역할을 해야 하겠지만, 국민 개개인 역시 주체로서 참여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20여년 전 이탈리아에 거주할 때 유럽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느낀 소감은 우리나라처럼 민방위 제도가 발전된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긴장감이 남다른 만큼 민방위 업무가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 먼저 민방위 조직의 적절성 문제다. 현재의 민방위 조직과 인력만으로는 진화되는 위협에 적절하게 대응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의 과 단위에서 국 단위로 확대하면서 인원 보강이 필요하다.

민방위 업무는 나와 가족 및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업무다. 생명을 지키는 것만큼 더 귀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