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해설' 통해 '박정희 구국영단' 강조 … 긴급조치도 옹호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70년대 유신헌법의 초안 작성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유신헌법 찬양'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유신헌법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국영단'이라거나 '역사적 필연성의 소산' 등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긴급조치를 비롯한 반헌법적 조항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법무부 법무실 검사로 재직하던 1972년 12월 대검찰청이 발행한 '검찰' 48호에 '유신헌법 해설'이라는 제목의 77쪽짜리 글을 기고했다.

유신헌법 초안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해설'을 통해 "유신헌법은 우리의 현실에 가장 알맞은 민주주의 제도를 이 땅위에 뿌리박아 토착화시키는 일대 유신적 개혁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구국영단을 강력히 지지하는 우리 국민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확정을 보게 됐다"고 유신헌법의 정당화를 시도했다.

그는 또 유신헌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우리 실정에 알맞게 최대한 보장하면서 권력구조를 재편성"했다며 "통일주체세력의 구심점이며 국가의 계속성과 국민적 정당성의 상징이며, 그 수호자인 국가원수를 정점으로 입법·사법·행정 등 3권간의 기능조화에 주안점을 둠으로써 민주주의 한국적 토착화를 지향하였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3권 분립을 무력화한 유신헌법의 실체를 호도하는 논리를 제공한 셈이다.

특히 대통령에 대해서 그는 '국가적 영도력의 구심점' '영도자'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사실상 '총통'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이어 "혼란과 무질서의 소용돌이 중에서 대중에게 무조건 영합하기에만 급급한 경륜없는 통치 행위로서는 … 북한과의 대화는 제대로 수행될 수 없는 것이다"라며 박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옹호했다.

심지어 그는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긴급조치권의 선례로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을 제시하며 "(대통령이) 부여받은 직책을 성실하고 책임있게 수행하기 위한 긴급조치권의 부여는 불가피한 헌법적 요청"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프랑스의 대통령은 유신헌법 상의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과 질적으로 다르다.

'해설' 기고에 앞서 김 실장은 1972년 10월 31일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유신헌법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해설'의 머리말에는 "이 글에 나타난 유신헌법에 대한 의견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독자적 견해"라며 "법무부의 유권적 해석이 아님은 물론이며 이 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필자에게 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한편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신임 비서실장은 유신헌법 초안 작성자로 사실상 유신헌법은 총통제가 아니었나"며 "그와 같은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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