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유럽 출장 중 위드코로나에 진입한지 오래된 그들의 방역수칙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위드코로나 진입에 한참 늦은 것은 초기 백신확보에 실패한 탓이기도 하지만 다른 요인이 있을 것 같아 유심히 보았다.

이번에 발견한 사실은 그들은 실외 마스크 쓰기는 등한히 해도 거리두기는 철저히 지킨다는 점이다. 그들은 길거리에서도 2m 간격이 지켜지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비켜가기 바빴다. 때로는 길을 건너서 가기도 했다. 마스크 쓰기만 강조하고 다른 것에는 거의 무신경했던 K-방역의 허점을 보는 순간이었다.

국내에서는 마스크 일변도에 과도하게 집중했고 거리두기는 단순 구호에 그쳤다. 초기 마스크대란 때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선 줄에서도 거리두기가 지켜진 기억이 없다. 마트 계산대에 서면 뒤에 사람이 늘 바짝 붙는 것은 보통이고 버스에서 다른 승객이 바로 옆자리에 앉는 것도 당연시됐다. 불과 10cm도 안 지켜지는 현장이었다.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마스크 쓰기 이상으로 거리두기라는 점을 확인했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문화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어디서든 마스크를 써줌으로써 유럽은 어디서든 거리를 지켜줌으로써 남을 배려하는 점은 매우 대조적이다.

영국이 먼저 위드코로나 선언한 배경

영국은 웸블리구장 관중 대거 입장을 기점으로 경기회복 대전환을 가져오기까지 무려 네차례의 '록다운'을 반복실시하는 등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난국에 처했던 나라 중 하나였다. 록다운은 매우 살벌하다. 생필품 구입을 증명하기 전에는 어디든 외출을 불허하는 국가재난 상황으로 경찰과 군에 의해 엄중통제된다.

우리는 전국 록다운을 경험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반면 유럽 대부분 국가는 전국 록다운을 수회씩 실시했으나 오히려 이미 위드코로나 단계로 들어간 지 벌써 수개월째다. 금년 여름 7월 초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열린 유로2020 준결승에는 무려 6만명의 관중이 빽빽하게 입장했다. 이 대회는 인류 역사상 코로나19 종식을 예고한 최초 기념비적 무대로 기록될 것이다. 올 여름 무더위 속에 열렸던 런던 윔블던 테니스대회도 관중석 만석을 기록했다.

이렇듯 영국이 코로나 통제 해제에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변모한 배경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개발에 성공한 대학이 있었고 미국이 개발한 백신을 외교를 통해 조기도입해 백신접종률 마지노선인 65% 돌파에 가장 먼저 성공한 실적이 있었다. 결국 백신접종을 얼마나 빨리 했는지에 따라 코로나 통제가 완화되는 시점이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이미 오래 전에 높은 수위의 접종률을 기록했지만 우리나라는 뒤늦게 그들 수준의 접종률을 돌파했다.

몽골이나 이스라엘 같은 나라가 코로나 백신 접종률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유는 그들 특유의 외교력이 우리를 앞섰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백신을 자체 개발 못할 바에는 평소 외교력을 무기로 나섰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보면 우리나라 외교력이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외견상으로는 강한 것 같이 보였지만 실제 국가 위기상황에서는 몽골보다도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위드코로나의 길목에서 기초과학과 외교역량이 위기에 국가가 살아남는 능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여하튼 우리가 지금까지는 나름 조심하며 코로나 확진자 관리에서는 선방해온 편이다. 영국 선례에서 보듯이 위드코로나가 정착되는 길도 지금까지 견뎌온 것만큼 길 것이다.

해외에서는 경제활성화에 시동을 걸기 위한 신호탄으로 야외경기 관중수를 점차 늘리는 정책을 써왔다. 그로 인해 실제로 유럽은 경기회복 국면으로 들어선 지도 벌써 꽤 됐다. 그동안 자영업 지원 차원에서 풀었던 경기부양책 지출분도 잘 회수되는 상황이다.

위드코로나 시대 막차 타는 일 없어야

그들은 마라톤대회도 도심 주도로 한가운데서 진행한 지 오래됐다. 런던에서는 8월 런던마라톤대회가 열렸고 그후로도 지금까지 도심 한가운데서 계속되고 있다. 뉴욕에서도 7일 3만명의 주자가 참가하는 풀코스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대규모 마라톤대회는 엄두를 못낸다. 언제까지 남의 대규모 잔치 소식만 외신으로 접하며 살아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코로나 통제 해제를 내년 봄까지 단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쯤에서 우리도 현실적으로 일거에 해제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우리는 백신접종에서도 막차를 탔다. 위드코로나에서 더 이상 막차 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마라톤대회 개최를 통해 경제회복의 신호탄을 쏴올려야 할 것이다. QR코드 기반의 사생활 추적은 이제 도를 넘었다고 봐야 한다. 더 이상 QR코드 없는 사회로 환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