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오늘부터 … 본격 심사 돌입

오세훈표 예산 삭감·시민단체 복구

시, 증액 동의 안하면 예산 묶일 수도

서울시과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의 마지막 관문인 예결위 심사를 앞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6일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편성한 44조원 예산안을 두고 집중 심사를 시작한다. 15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정시한인 22일까지 한차례 더 기회가 있지만 이를 지키기 못할 경우 해를 넘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지난 2일까지 진행된 상임위 예산 심사 결과 시의회는 '오세훈 예산안' 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TBS 예산안이 대표적이다. 시의회는 논란이 된 TBS 출연금을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렸다. 오 시장이 깎은 123억원을 원상복구하는 것에 더해 13억원을 되레 증액했다. 오 시장의 서울시 바로세우기 관련 주요 삭감 대상인 마을공동체 사업은 28억원에서 40억원으로 증액했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지원도 서울시가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였지만 시의회는 지난해 수준인 125억원으로 되돌렸다.

지난 3일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 오세훈표 반시민·반노동 예산 반대 민간위탁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반면 오세훈표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한강 르네상스 시즌2로 불리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 예산은 32억원을 깎았다. 오세훈표 소득실험인 안심소득도 74억원을 깎았다. 이밖에 △서울형 헬스케어 60억원 △서울런 167억원 △청년대중교통 요금지원 152억원 등 오 시장 역점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했다.

양측 모두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10년 전 무상급식 사태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회는 TBS와 민간위탁 예산 원상복구를 주장하지만 오 시장 측도 두 예산의 상징성 때문에 쉽게 타협 카드를 꺼낼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증액은 집행부인 서울시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의회는 자신들이 만든 수정안을 의사봉을 두드려 통과 시킬 수 있다. 의회가 부동의 상태로 예산을 통과시키더라도 시는 집행을 거부 또는 보류할 수 있다. 이 경우 의회가 증액을 요구한 사업은 물론 오세훈 시장 역점사업들은 모두 표류하게 된다.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서울시의원은 물론 오 시장도 선거를 치러야 한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가 동의하지 않은 예산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 내내 관련 예산 집행이 안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며 "선거로 한쪽만 바뀌던 혹은 양쪽이 모두 바뀌던 서울시 예산은 재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급박한 민생 상황에서 이른바 '예산 짜깁기'나 '누더기 예산' 우려가 제기된다.

2010년 12월 당시 의회의 무상급식 예산 증액에 반대한 오 시장은 다음해 예산 집행을 보류했고 상반기가 다 지난 후인 다음해 7월에서야 양측이 협의를 재개했다.

빅딜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이 TBS와 시민단체 예산 복구에 합의하고 대신 오세훈표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양측 모두 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TBS 출연금 삭감, 시민단체 지원이란 명목이 붙은 민간위탁 사업 예산은 오 시장이 표방한 서울시 바로세우기 핵심 사항이다. 진영의 요구는 양측 싸움을 강대강으로 몰아 세우고 있다. 보수 진영에선 김어준 손보기·풀뿌리 좌파조직 와해를, 진보진영에선 시민사회와 참여예산 보호를 두고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서 최대한 시의회와 원만한 예산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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