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이름 붙이기' 사흘 전 첫 발생 … 뉴욕 대규모 행사서 감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에 이름이 채 붙여지기도 전에 이 변이가 이미 미국에 상륙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 미네소타주의 첫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된 피터 맥긴(30)이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거쳐 그가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된 것은 그로부터 1주일도 넘은 시점이었다.

5일(현지시간) 코로나바이러스의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이 미국에서도 확산되는 가운데 매사츠세스주 캠브리지의 코로나19 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3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로운 변이(B.1.1.529)를 오미크론으로 명명하고 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한 지난달 26일보다도 사흘이나 앞선 시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WHO에 오미크론 변이를 보고한 것도 지난달 24일이었다.

오미크론 변이는 WHO가 이름을 붙이기 전 영국 과학계가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델타보다 강력한 '누(Nu) 변이'가 출현했다고 밝히면서 그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지난달 11일 보츠와나에서 누 변이 확진자 1명이 처음 발생한 뒤 2건이 더 확인됐고 곧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6건), 홍콩(1건)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의료 분석가이자 일본 애니메이션인 '아니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맥긴은 지난달 19∼21일 뉴욕에서 열린 '아니메 NYC 2021' 행사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 행사에 참석한 그의 많은 친구들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됐다.

맥긴은 "나는 사실상 (오미크론의) 최초 감염자인 셈"이라며 자신이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뉴욕시 보건 당국은 이 행사의 참석자 수만명에게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보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 행사에서 오미크론 전파 사례를 찾지 못했다.

4일에는 코네티컷주에서도 이 행사와 연관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이 아니메 행사에 다녀온 60대 남성이 오미크론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NYT는 '아니메 NYC'가 오미크론의 슈퍼 전파자 행사가 됐는지, 또 맥긴이 이 행사에서 오미크론에 걸린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맥긴이 이 행사에서 어울렸다고 기억한 사람 30명 중 약 절반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감염자의 접촉자 추적은 쉽지 않다.

맥긴은 며칠간 아니메 행사에 참석하면서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러 외출했고, 에어비앤비 숙소에서는 두 친구와 머물렀다. 코리아타운의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불렀다. 그러면서 낮에는 아니메 행사의 패널 토론에 참석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컬럼비아대학의 전염병 학자 와파 엘-사더 박사는 "참석자 5만3000명과 개별적으로 전화 인터뷰를 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상황에서 접촉자 추적을 하는 현실적 방법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긴밀한 접촉자로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또 다시 보건 당국의 대응을 앞지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감염은 현재 유럽지역에서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5일 지금까지 유럽연합(EU)과 유럽경제지역(EEA) 국가 가운데 17개국에서 모두 182건의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ECDC의 집계 대상은 EU 27개 회원국과 EEA에 속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30개국이다.

국가별로는 포르투갈 34건, 노르웨이 19건, 네덜란드와 덴마크 각 18건, 독일 15건, 프랑스 12건, 오스트리아 10건, 이탈리아 9건 등으로, 전체적으로는 전날보다 16건이 늘어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 의심 사례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