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길어지고 내수 위축" 전망 … "충격 제한적" 반론도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팬데믹(대유행) 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회복세를 보였던 내수경기 역시 거리 두기 제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경기회복이 더뎌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하지만 백신 부스터샷 접종 등으로 제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새로운 변이들이 전염성은 커지고 치사율은 낮추면서 조만간 '독감' 수준으로 소멸해갈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내수 역시 단기간 영향은 있겠지만 '위드코로나'의 대세를 멈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성장률 전망치 낮출까 =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발표하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4.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고 4분기 말미의 '오미크론 영향과 방역강화'를 고려해 소폭 낮추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실제 제조업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104.4%였던 제조업 재고율은 10월에 121.0%를 기록하며 석 달 만에 약 16.6%p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수축 국면에서는 출하하지 못한 재고가 쌓이면서 재고율이 상승한다. 특히 반도체 재고는 전월 대비 31.6%나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조정으로 일시적인 출하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출하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점차 생산도 감소세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수회복 장담 못해 = 지난 9월부터 완화된 거리 두기로 내수가 살아났다. 하지만 최근 오미크론의 국내 상륙으로 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기 하강 신호 속 오미크론발 경착륙 리스크 직면'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겨울 대유행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 시기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악화되거나 위드 코로나 정책이 후퇴할 경우 또 다른 경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4.6%)보다 0.4%p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소비와 물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4분기 미국 성장률을 3.3%에서 2.9%로 0.4%p 낮췄다.

조지프 브릭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경제활동 재개를 지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3일 세계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해 "10월 세계 성장 전망을 다소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공급망 병목현상 지속 가능성= 공급망 차질 해소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올해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와 제품 수요는 빠르게 회복하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생산·물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병목현상(supply bottleneck)이 나타났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장이 몰려있는 동남아 국가들이 셧다운(공장폐쇄)을 거듭하면서 수급난을 겪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판매량도 5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생산차질 물량은 올해 2분기 260만대에서 3분기 346만대로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차량용 반도체 관련 글로벌 반도체 투자가 생산 증대로 이어지기까지 2~3분기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상황이 호전되는 시점은 내년 10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물가도 부담 = 오미크론 확산으로 물가 고공행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델타 변이 유행 때에도 감염 우려로 아시아의 주요 생산기지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가 상품 부문에 쏠리며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됐다.

최근 해상운임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물류 차질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다시 감염 우려가 커지면 병목 현상 재현이 불가피하다.

특히 가계부채 급증으로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슬로우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내년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 발생으로 향후 감염병 전개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면서도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개발, 선진국의 부스터샷, 신흥국의 백신 접종률 상승세 등에 힘입어 방역 강도는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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