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

연일 한국경제 회복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쏟아지지만, '영끌' '빚투' 같은 신조어나 비트코인 투자 등과 함께 등장하는 2030문제 해법은 여전히 요원하다. 이미 수년전 40만명에 이르렀다는 '니트족'(일할 의사도 없고 교육도 받지 않는 청년 무직자)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을 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5000달러를 넘거나 그 근방에 도달할 것으로 보도됐다. 작년 3만1881달러였던 것에 비해 9.8% 내외의 증가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반등하고, 물가와 환율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월 수출액은 604억4000만달러로 월간 수출액 기준으로는 최초로 600억달러를 넘겼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무려 32.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할 것이 분명하다.

올 11월까지 전국에 새로 문을 연 커피 전문점수는 이미 작년 전체 개업수를 넘어섰다. 연말에 갈수록 화려한 경제지표들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완연한 경기회복으로 보이고 한국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정부의 최대 정책 실패 영역으로 꼽히는 부동산도 연일 안정세 혹은 하락세 전환이 보도되고 있다.

택시대란으로 서울시와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택시기사 취업박람회'를 열고 박람회에서 상담받은 뒤 택시기사가 된 사람에겐 월급과 별도로 1인당 총 60만원의 취업정착수당을 주기로 했다. 또한 택시기사가 되는데 필요한 비용이나 자격시험 응시료 등을 조합 측에서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택시기사만 뽑는 취업박람회는 아마도 사상 최초가 아닌가 싶다.

배달업이나 택배업 쪽도 구인난으로 배달료가 급등하는 형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 전반의 붕괴, 계속되는 청년 구직난과 청년 실업문제 등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MZ세대와 기성세대 대립적 시각은 틀려

그러나 이른바 2030문제를 다루는 유력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나 선거 운동판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딴판이다. 2030세대가 내년 대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인식되면서 대선후보들은 연일 청년대책을 내놓고 청년과의 대화에 적극 나선다. 그 내용은 대부분 2030 혹은 MZ세대가 이전의 50대 이상 기성세대에 비해 얼마나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지 공감을 표한다.

청년의 체감실업률이 20%대를 넘어서고, 가장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출산은커녕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도 어렵게 되었다는 데 대한 공감이 주류를 이룬다. 어느덧 명절 가족이나 친인척모임에서 결혼문제나 취직문제는 금기어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기득권을 움켜쥐고 놓을 줄 모르는 기성세대의 잘못이나 욕심을 시사하는 언급들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70대에 들어선 정치인들이 여전히 활동의 중심에 있고, 같은 연배의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민간 고위직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럴 듯 해 보이기도 한다.

해법으로 청년수당이나 청년임대주택 같은 대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청년층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인 자산형성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여전히 기성정치인이나 기성세대의 조언은 느끼기에 따라 공감과 동정의 경계를 왔다갔다 한다.

앞에서 결혼문제나 취직문제가 금기어가 되었다고 했지만, 여전히 내가 누구를 결혼상대로 소개해 주고 싶다거나, 이 취직자리에 추천서를 써주겠다라는 등의 언급은 아무 반발없이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구체적 기회의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결혼 안하니?'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사람 한번 만나보겠니?'가 필요한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차지해서 움켜쥐고 있는 기성세대와 2030청년층의 문제를 대립시키는 것은 전혀 문제의 본질이나 해결책에 이르지 못한다. 2020년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역대 최저라 한다. 고령화와 함께 닥쳐올 생산인구의 감소가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 혹은 핵심이라는 점이 인식될 필요가 있다.

평생 재교육, 평생 재취업 공약은 어디?

니트족에게서 청춘의 허송세월을 보는 것이 '꼰대'의 관점에 불과한가. 조기은퇴 이후 소일거리도 찾지 못하거나 민간이나 공공의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5060세대의 삶에서 거대한 잠재성장력 낭비와 삶의 에너지 낭비를 보는 것은 경제학자의 얄팍한 계산에 불과할 뿐일까.

청년세대의 삶의 허송과 세계최고라는 노인자살률이 보여주는 중노년층의 좌절과 허무함은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 그 동전은 기대수명의 연장과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다.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일자리 구조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결국 평생 재교육과 평생 재취업이 답일 수밖에 없다. 은퇴후 재교육은 늦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나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이 관점이 빠져 있는 듯해서 아쉽기만 하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