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용 내일신문 전 주필

예측불허. 다수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을 이렇게 얘기한다. 지난 10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0선'의 경기도지사인 이재명씨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꺾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경우 11월 5일, 역시 '0선'인 전 검찰총장 윤석열씨가 후보 대열에 합류했다. 여의도 경험이 전혀 없는 '0선'의 결전이다.

이뿐 아니다. 윤 전 총장이 후보가 된 이후 줄곧 이재명 후보를 10%p 안팎으로 앞섰다. 이에 윤 후보의 당선이 당연시됐다. 정권교체 바람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실언이 잇따랐다. 이와 더불어 윤 후보의 부인 의혹과 장모의 비리 등이 폭로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지난주 일부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오차 범위 밖으로 앞섰다. 한국경제신문 등 다수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접전을 벌였다. 대선을 불과 두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누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심이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때문인가. 26일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나섰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김씨가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진지한 사과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다. 기자 질문도 받지 않았다. 결국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자 어쩔 수 없이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의 경우 '공정' 이미지로 제1야당 후보가 됐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 부인과 장모 등의 각종 의혹으로 '공정'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비춰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김씨의 사과에도 윤 후보 지지율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책검증 위한 TV토론은 자주 벌여야

D-70. 대선을 불과 두달여 남겼는데도 정책과 토론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윤 후보 부인과 이 후보 아들의 각종 의혹이 보도되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계속된다. 물론 이 후보와 윤 후보 측에서는 겉으로는 이제 네거티브 경쟁을 그만하자고 한다. 정책대결을 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두 후보의 언행은 국민 눈높이에 크게 미달한다. 코로나19 등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국민이 늘어난다. 두 후보에 비호감이 훨씬 많다는 조사가 계속 나온다.

이 후보의 경우 정권교체 여론이 우세한 탓인지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대장동 비리 의혹의 두 주역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다시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 야당 분석이다. 그는 그들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여행 중 찍은 사진이 나오면서 다수 국민은 이 후보 발언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장동 특검'을 빨리 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고발사주 특검'도 피할 일이 아니다.

이 후보는 또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자신의 정책을 수시로 바꾼다. 유연함을 과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포퓰리즘이 아니냐면서 그의 진실성에 의문 부호를 찍는다. 게다가 아들의 도박과 성매매 의혹도 이 후보에게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이 후보보다 윤 후보가 더 위기다. 부인과 장모의 각종 비리와 거짓말 의혹뿐 아니다. 이준석 당 대표가 선대위 직을 사임하는 등 내분상황이다. "가난한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고 말하는 등 본인의 실언이 잇따른다. 게다가 자신이 앞장서 구속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됐다. 그가 '친박'을 껴안으려 하면서 '중도'를 잃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으로 두달여 뒤면 대선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2년째 국민들을 힘들게 했다. 물론 두 후보에 대한 검증은 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네거티브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다. 정책검증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후보간 TV토론도 자주 벌여야 한다.

연이은 말 실수 때문인가. 윤 후보는 최근 '후보간 토론 무용론'을 제기했다. 유권자인 국민이 후보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후보간 TV토론이라는 것이 선거 전문가의 일반적 견해다. 'TV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실력 부족을 시인하는 것이다. 윤 후보는 선관위 주최 3회 토론 이외에도 언론사 등의 후보간 토론에 응해야 한다.

두 후보가 들어야 할 화이부동·구존동이

정권교체인가 정권재창출인가. 20대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능력'과 '도덕성'을 함께 갖춘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화목하게 지내나 자기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음)과 구존동이(求存同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의 같은 점을 인정하는 것). 전자는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후자는 중국 전 총리 저우언라이의 발언이다. 두 후보에게 주고 싶은 구절이다.

물론 대선은 큰 경쟁이다. 이에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제 네거티브는 부(副)로 해야 한다. 이제 정책과 비전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으면 한다.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정세용 내일신문 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