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

호랑이 해 임인년이 밝았다. 우리는 호랑이의 힘찬 기운을 소망하며 한해를 시작했다. 호랑이는 우리 민화나 옛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동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야생 호랑이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세계에서 야생 호랑이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2022년 1월 4일 기준 전세계 야생 호랑이수는 약 3900마리다. 그런데 인도에 약 2967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전세계 야생 호랑이의 약 76%가 인도에 있는 셈이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임인년의 상징인 검은 호랑이를 실제 볼 수 있는 곳이 인도다. 뱅골 호랑이(Bengal tiger)로 불리는 인도 호랑이 중 몸통의 검은 줄무늬가 보통의 개체보다 훨씬 넓고 촘촘해 검은색을 띠는 개체들이 최근 발견되었다. 인도 동부의 오디샤(Odisha)주 호랑이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검은 호랑이들은 2021년 논문을 통해 동물학계에 정식으로 인정받았다.

인도는 호랑이 보호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2019년 '호랑이 프로젝트'(Project Tiger)를 직접 발표했다. 숲의 면적을 1000만헥타르 이상 확장해 호랑이 보호구역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야생 호랑이 개체수를 10년 안에 35% 증가한 4000여마리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인도는 향후 10년 동안 세계에서 사람과 호랑이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인도의 '호랑이 경제'(tiger economy)

과거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1991년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이들의 경제모델을 흡수한 인도는 이후 빠른 성장궤도에 동참했고, 코끼리에서 호랑이로의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2020년 인도는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많이 입은 나라 중 하나였다. 인도 경제는 마이너스 7.3%로 역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서 인도 경제의 강력한 반등을 시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1월 4일 기준으로 14억 인구 중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구는 40.5%이다. 하지만 1월 3일부터 1억 2000만명이 넘는 청소년층(15~18세)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21년 12월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치(Asian Development Outlook Supplement)에 따르면, 2021년 9.7%로 중국을 제치고 성장률 1위를 탈환한 인도는 2022년에도 7.5% 성장으로 세계 최고 성장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모디 총리도 2022년 1월 1일 인도 경제가 8% 넘는 성장을 이룩했고, 이는 사상 최대의 외국인 투자와 조세제도 개혁을 통한 세수증대가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 중앙은행(Reserve Bank of India)에 따르면 2021년도 인도 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은 434억달러로 사상 최대, 순 외국인포트폴리오투자(FPI) 유입은 368억달러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도 경제 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의 대체 투자지로서의 가치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모디 총리는 2015년부터 추진해온 디지털 인도(Digital India)의 성과도 강조했다. 인도의 인터넷 가입자수는 2020년 기준 6억6500만명을 넘는다. 인도 상공부가 운영하는 인도브랜드자산재단(India Brand Equity Foundation, IBEF)은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연평균 27% 성장을 거듭해 2024년 99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유니콘기업 보유국이기도 한데, 2021년 하반기 창업이 1만개를 넘어 모두 5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디지털 인도 구현을 이끌고 있다.

인도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도 강하다. 인도의 대표적인 경제신문 'Economic Times of India'가 신년을 맞아 CEO와 업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 이상이 향후 3년간 자본지출을 확대할 계획이며, 민간투자 회복이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했다. 인도는 2021년 3월 기준 GDP 대비 투자 비중이 34.3%로 이미 자본축적 수준도 높다. 2022년 민간과 해외 투자의 쌍두마차가 인도 경제의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경제적 자신감, 대외관계에도 투영될 듯

인도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도 경제의 성장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인도의 경제적 자신감은 대외 관계에도 투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비동맹이라는 인도 외교 전통의 큰 틀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과의 협력관계다. 인도는 인도-태평양 전략,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 미국이 주도하는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통상의 최대 화두가 될 '인도-태평양 경제협의체'(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IPEF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21년 10월 27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EAS)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디지털 무역 규범, 기술표준, 기후변화 등과 함께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것은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품목의 공급망 구축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 11월 18일 시드니 전략대화(Sydney Dialogue) 기조연설을 통해 인도가 핵심적인 반도체 제조 국가(key semi-conductor manufacturer)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2026년 세계 3위 자동차 생산국, 2030년 전면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는 인도에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참여 역시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인도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미국 이외 국가들과도 협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인도는 뉴쿼드(New Quad)라고 불리는 미국·인도·이스라엘·UAE 4개국 협력, 인도·프랑스·호주, 호주·인도·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호주·일본 3개국 공급망 복원구상(Supply Chain Resilience Initiative), 21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서밋(Indo-Pacific Business Summit), 인-EU FTA 협상 재개 및 연계성 파트너십(India-EU Connectivity Partnership) 체결 등 폭넓은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한 인도' 캠페인 본격 추진하는 해

국내적으로도 2022년은 모디 정부가 2018년부터 준비해온 '강한 인도'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해가 될 것이다. 모디 정부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47년으로부터 75주년이 되는 2022년까지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부강한 인도를 건설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중국몽(中國夢)을 연상시키는 이 캠페인을 통해 중국에 비견되는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모디정부는 인도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모디정부는 2024년 5월 선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강한 인도'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2022년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더욱 짙은 어두움에 쌓여 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달리는 소년처럼, 달리는 검은 호랑이 인도와 함께 2022년을 한반도 호랑이 웅비의 해로 삼아보자.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