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구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글 저자

조광현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그림 저자

김용란 보리출판사 기획이사

명정구 글/조광현 그림/보리출판사/28만원

우리 바다에 사는 바닷물고기 528종을 그린 세밀화와 선화, 생태정보 그림 1600여점이 모여 한권의 책이 됐다. 보리출판사에서 펴낸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이 그것이다. 해양생물 연구자 명정구 박사가 글을, 수중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조광현 작가가 그림을 맡아 생태 생김새 성장 분포 쓰임 등을 820쪽에 담았다. 제작에 무려 15년을 소요한 대작으로 '현대판 자산어보'로 꼽힌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롯데출판문화대상 대상을,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을 수상했다.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을 펴낸 보리출판사는 몇십년 동안 정보와 아름다움,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세밀화 도감을 제작하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까지 무려 10종의 바닷물고기 세밀화 도감을 펴냈다. 12일 파주 보리출판사 사무실에서 조 작가와 김용란 보리출판사 기획이사를 만나 '한반도 바닷물고기 대도감'을 펴낸 동기에서부터 작업 과정, 세밀화의 매력 등을 들었다. 명 박사는 서면으로 함께했다.

12일 보리출판사에서 만난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을 만든 사람들. 왼쪽부터 김용란 보리출판사 기획이사, 조광현 작가, 김소영 보리출판사 기획실 부장, 김수연 보리출판사 기획실 살림꾼. 사진 이의종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을 펴낸 동기는 무엇인가.

김용란: 보리출판사는 그림책, 초등학생 대상 책, 교사나 학부모 대상 교육 서적 등을 펴내는 출판사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이후에는 서로 도우면서 살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우리 땅에 사는 동식물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꼭 필요하다.

사전이 글공부를 하는데 기초가 된다면 동식물 도감은 생태학 분류학 박물학 의학 등 다방면에 걸친 교육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또 도감에서 우리 삶과 동식물의 관계,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있도록 엮었다.

도감은 총론으로 볼 수 있는 '세밀화로 그린 보리어린이 동물도감' '식물도감'으로 시작했다. 동물의 경우 진화 순으로 펴냈고 식물의 경우 서식지 별로 펴냈다. 그리고 각론이라 볼 수 있는 여러 도감을 펴냈는데 그 중 하나가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이다.

보리출판사가 펴낸 바닷물고기 세밀화 도감들. 사진 이의종


■바다가 지닌 매력과 이 책에 합류한 계기는.

명정구: 부산 태생으로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서 바다 속을 들여다보며 자랐다. 초등학교 때 삼촌을 따라 낚시를 배우며 망상어 말뚝망둑과 같은 물고기들의 생태에 매료됐다. 늘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다 국립부산수산대학교에 입학했고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해양연구소에서 어류 연구를 계속하면서 관련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류도감으로 수중사진작가들과 작업한 '우리바다어류도감'(2000)을 시작으로 '한국해산어류도감'(2001) '한국의 연안어류'(2013) '제주바다 물고기도감'(2015) 등의 작업을 해왔다. 보리출판사와는 지인을 통해 세밀화 어류도감을 만들려 한다고 소개받았다.

조광현: 생명이 생겨나고 가장 번성하는 곳이 물 습지다. 개인적으로 물 습지를 좋아해 화가로 활동하면서 갯벌을 주제로 개인전을 했다. 예를 들면 서해엔 갯벌이 많고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어종이 많다. 환경이 굉장히 다양하고 재미있다.

이를 계기로 윤구병 보리출판사 사장을 만나게 됐다. 당시 바다를 자꾸 가게 되니까 스쿠버다이빙 면허를 따고 한참 스쿠버다이빙을 다닐 때였다.

바닷물고기에 대한 자료가 워낙 없었는데 해양연구원 학자 등과 연결돼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학자들도 그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도왔다. 학자들이 갖고 있는 책, 슬라이드 필름 등을 통해 공부했다. 그래도 당시엔 15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웃음) 작업실이 이전에는 화실이었는데 지금은 연구실이 됐다.

■528종의 선정기준은 무엇인가.

명정구: 동해 남해 서해에 사는 어류들 중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수산어종, 바닷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종 등 각 해역별 대표어종들을 선정해 작업을 시작했다. 2013년도에 출판된 '보리어린이 바닷물고기 도감'에는 125종, '바닷물고기 큰도감'에는 158종이 실렸고 이번에 528종을 펴내게 됐다.

조광현: 전세계에 2만여종의 바다 어류가 기록돼 있다. 어마어마하다. 이전에는 생김새만 가지고 분류를 했는데 이제 유전자 염기서열 등을 갖고 분류를 한다. 분류학도 학문의 한 분야다.

우선, 강-목-과 이렇게 분류를 해 들어가는데 각 과마다 대표 어종들은 몇 가지가 있다. 다음에는 변종 아종 이런 종들이 나오는데 그 다음부터 선정이 어려워진다. 익숙한 종, 멸종위기종 등 의미가 있는 종을 선택해 실었다.

바닷물고기 세밀화 도감들을 두고 대화하는 조광현 작가와 김용란 보리출판사 기획이사. 사진 이의종


■글은 어떻게 작업했나.

명정구: 1989년 우리나라에 어류학회가 창립된 이후 많은 학자들이 물고기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바다에 살고 있는 바닷물고기 1000여종의 어종별 분류, 형태 등 과학적 자료는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

1980년대 말부터 23년 동안 여러 잡지에 매월 1종씩 연재해왔다. 당시 정리했던 자료들을 기초로 국내 최신 연구 결과와 해외 자료들을 취합해 원고를 작성했다. 수중에서 본 어류 생태, 낚시를 하며 알게 된 정보 등도 추가했다.

다양한 나이 계층의 독자들이 바닷물고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고 전문가들도 지금까지 밝혀진 어류의 형태, 생태 등 과학적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정리하려 했다.

보리출판사에서 우리 바다의 생명자원을 기록한다는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1980년대부터의 글을 정리해 어류도감과 어류박물지의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그림은 어떻게 작업했나.

조광현: 공부를 해야 그릴 수 있기 때문에 군산대 산업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했다. 당시 바다에 관심이 있는 동료들이 많아 함께 작업하며 도움을 받았다.

334종의 사진이 실린 '우리바다어류도감'이 있다. 명 박사와 수중사진작가들의 저서인데 대부분 직접 다이빙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수중사진들은 실제로 살아있는 물고기를 그대로 나타낸다는 장점은 있지만 잠수 깊이의 한계로 찍기 어려운 종들이 많다. 작업하는 깊이에 따라 몸의 색, 형태 등을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또 물 밖에서 찍으면 몸의 색이 변한 물고기들을 찍게 되기도 한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우선, 자료들을 다 모아야 한다. 어느 과에 속한 물고기인지에 따라 기본 형태를 그리고 필요한 사진 그림들을 모아 이를 토대로 밑그림을 그린다.

중간에 명 박사 등의 감수를 받으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자료만 있으면 그림을 그리는 것은 금방이다.

■수중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들었다.

조광현: 바닷물고기들이 살아있는 상태가 그림을 그리는 기준이 된다. 다른 생물들과 다른 점이다. 그러니 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상태를 많이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물 속에서 바닷물고기들을 보면 반고체 상태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고등어만 하더라도 바다에서 보면 뱃살이 희고 등무늬가 아주 영롱하고 현란하다. 그래서 화가들이 야외스케치를 하듯이 물 속에서 야외 스케치를 한다.

■세밀화의 매력은.

조광현: 세밀화는 최선을 다 해서 모든 것을 종합해서 재구성한 그림이다. 그래서 혹자는 "세밀화 한장이 논문 한편"이라고 표현한다. 형태와 색, 생태가 다 들어있다.

김용란: 세밀화 한장에는 수많은 정보와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꽃이 피는 과정을 그린 세밀화를 보면 꽃 한송이를 통해 개화 순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보의 정확성, 아름다움에 따뜻함까지 전달해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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