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서울대 교수가 "교육계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상위권 30~40개 대학의 학부를 폐지하자"고 주장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제안자는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다. 그의 주장은 지방대 소멸뿐 아니라 지방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을 떠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말대로 수도권 대학은 연구중심 대학으로, 지방대학들은 학부중심으로 개편된다면 자연히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 구조가 허물어질 것이다. 반면에 지방대학이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온 만큼 젊은층이 지방으로 흡수되면 지방은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단체장들이 가장 먼저 직면할 문제가 '지방소멸'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가 사실상 '소멸위기'

현재 비수도권 시·군 대부분이 소멸위기에 처해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세종시를 제외한 228개 시·군·구(제주·서귀포시 포함)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105곳(46.1%)에 달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구감소지역도 89곳이나 된다. 읍·면·동 기준으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 발표를 기준으로 전국 3545개 읍·면·동 가운데 1702곳(48%, 2020년 4월 기준)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사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소멸위기에 놓여있다고 보면 된다.

'지방소멸'은 20·30대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으로부터 비롯됐다. 매년 10만명의 지방 청년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수도권으로 간다. 또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 10만명도 해마다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20·30대 인구의 56.2%가 수도권에서 산다. 좋은 대학과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있으니 청년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지방소멸의 역사에서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한 것은 딱 한번 있었다. 세종특별자치시와 혁신도시 조성으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의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2013~2016년뿐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인구 이동은 멈췄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정부 의지가 약해지면서 수도권으로 역유출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고, 세종시·혁신도시 정책은 지지부진해졌다. 문재인정부 집권초기인 2017년에는 세종시·혁신도시 효과가 완전히 끝났다. 다시 급격하게 수도권 인구집중이 시작됐다. 2019년 말에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앞질렀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2단계 공공기관 이전을 포기했다.

전문가와 지자체들은 역대 정부의 수도권 일극화 정책이 이 같은 현상을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문재인정부와 민선 7기 지자체들도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 흐름을 반전시킬 대안을 찾지 못했다. 임기 말에서야 메가시티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지방소멸이 국가적 과제이기는 하지만 대책 마련을 중앙정부에만 기대고 지자체들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국가 전체의 인구감소는 저출생에 기인하지만 지방소멸은 청년층의 인구유출이 더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저출생뿐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지방자치에서 주민자치로 나아가야 하는 것도 민선 8기의 중요한 과제다.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 문제를 발굴하고 이웃과 머리를 모아 해법을 찾는 주민자치가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현행 법에는 주민자치 조항이 모두 빠져있다. 지속가능한 주민자치를 구현하려면 반드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민선 8기에 대한 기대 커

올해 6월 1일은 민선 8기 리더를 뽑는 지방선거날이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가려있지만, 지방선거가 그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원 선거와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부활해 30여년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마침 지방자치 부활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만큼 민선 8기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주민을 지방자치의 주인으로 세우지 못하고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방자치도 존립하기 어렵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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