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며칠 앞둔 현재 대선 승부는 오리무중이다. 각 후보 지지도도 다시 교착상태다. 추세적으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상승흐름을 타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세를 장담할 정도는 아니다. 실제 1월 3주 한국갤럽의 데일리오피니언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4%, 윤석열 후보가 3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7%로 나타났다.(1월 18~20일 조사) 전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도 이재명 34%, 윤석열 33%, 안철수 12%로 안 후보만 약간 차이가 났다.(17~19일 조사)

보이지 않는 것은 대선 승부만이 아니다. 도대체 그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지도 역시 깜깜이다. 매일 자잘한 공약을 내놓지만 큰 그림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설 밥상에 네거티브와 짜증만 올리게 생겼다.

'반대해야 할 이유'에 더 눈길 둔 유권자들

큰 선거를 앞둔 명절이 주목받는 이유는 나름 여론이 정리되는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비호감선거라고 해도 올 설 밥상의 화제 또한 대선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럼 가장 많이 거론될 얘기는 무엇일까? 이재명 윤석열의 TV토론? 안철수와의 단일화 문제? 이재명의 형수욕설과 대장동 파문? 김건희의 7시간 통화와 대통령 부인 적합성 논란? 아마 무엇이든 나라 걱정으로 마무리될 것 같다.

진영을 떠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금 선거판을 보며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 지경으로까지 몰리느냐"며 혀를 찬다. 포스트 코로나, 4차산업혁명, 기후위기, 인구소멸 등 대전환시대 다음 정권 앞에 놓인 과제는 첩첩산중인데 이를 헤쳐나갈 믿음직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다.

하긴 대선이 코앞인데 다가올 미래에 대한 비전은커녕 내놓는 것이라고는 연일 '돈 준다' '개발하겠다'는 공약뿐이니 어떻게 걱정이 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만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후보들의 모습도 심려를 더한다.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 대단히 유능하다고 자부하는 모양이지만 전문가들은 그 속에 똬리를 튼 위험요소에 경계의 눈길을 보낸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효율성을 중시한 나머지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를 생략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리더십이 지금처럼 다기화된 민주주의 사회와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염려다.

윤석열 후보는 세상 물정에 어두워 국정책임자로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평생을 검찰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내 울타리 밖 세상에 너무 어둡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이미 '윤핵관 문제'에서도 드러났듯이 측근의 눈을 통한 세상보기는 유권자에게 박근혜의 불쾌한 기억을 환기시킬 수 있다. 김건희씨 논란도 여전하다. '굿' 발언 등 무속문제도 있지만 더 큰 위험성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 가능성이다. '7시간 통화' 방송 후 보수커뮤니티에서도 "청와대에 들어가면 더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갈수록 여야 후보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되면서 유권자들은 '지지할 이유'보다 오히려 '반대할 이유'를 더 많이 고민한다. 한국갤럽의 1월 3주 데일리오피니언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2030세대 유권자 10명 중 6명이(18세~29세 59%, 30대 60%) '다른 후보가 싫어서'라고 대답한 점은 이번 선거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권자들은 "차악이라도 마음 둘 데가 있어야 지지를 할 게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네거티브로 마음 바꿀 사람은 거의 없어

어쨌건 설 연휴가 지나면 교착상태의 여론도 조금 가닥이 잡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설 직전 TV토론은 특히 중요해 보인다. 아마 유권자들 중에는 후보들에게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비전과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바람마저 깔아뭉개는 것은 대선후보로서의 직무유기다.

이참에 선거캠페인도 네거티브에서 정책경쟁으로 확 바꿨으면 좋겠다. 후보 주변에서는 여전히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이나 윤석열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의혹에 유혹을 느낄지 모르지만 유권자들은 이미 도 넘은 네거티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솔직히 네거티브로 마음을 바꿀 유권자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한 나라를 이끌겠다는 사람들이 설 밥상에조차 허접한 쓰레기를 올려 국민 짜증을 보탤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남봉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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