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멀리 프랑스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프랑스 상원이 5일 만장일치로 '한국전쟁 종전선언 채택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등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공식적으로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프랑스 르 드리앙 외교부장관은 "이번 결의안은 상원의 좋은 이니셔티브"라면서 "상원의 의지를 정부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전쟁 종전을 위한 프랑스정부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하원에 '한반도 평화법안' 상정될 듯

새해 들어 한국전쟁 종전을 위한 힘찬 기운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하원에서도 브레드 셔먼 민주당 의원(캘리포니아)이 발의하고 34명 의원이 지지한 '한반도 평화법안'(HR 3446)이 상정될 전망이다. 셔먼 의원은 2월 중 하원 외교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19일 성명을 내고 한국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 하원에 법안이 상정된다면 한반도 평화 진전에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법안은 미국 국무부로 하여금 '법안 제정 후 180일 이내에 한반도에서 전쟁을 공식적이고, 최종적으로 끝내는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확실한 로드맵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전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정된 적은 없었다. 법안이 상정돼 미국 의회에서 논의된다면 1953년 끝난 한국전쟁이 법적으로 계속 전쟁상태로 남아있는 비정상적인 현실이 공론화돼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고양될 수 있다.

셔먼 의원은 지난해 11월 중진의원 23명의 서명을 받아 한국전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는 편지에서 '전쟁 상태의 공식적인 종료는 북한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평화를 향한 중요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미군철수 구실을 주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며 "2차세계대전이 끝났어도 우리는 일본 이탈리아 독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고 전쟁한 적이 없는 벨기에에도 군대가 있다"고 반박했다.

셔먼 의원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 나선 배경에는 250만명에 달하는 재미교포의 힘이 있었다. 특히 미주민주참여포럼과 최광철 대표(민주평통 미주부의장)의 역할이 컸다. 셔먼 의원도 "모든 아이디어는 미주민주참여포럼과 케이시 최(최광철) 대표가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하원에도 셔먼 의원의 한반도 평화법안 지지 결의안이 발의됐다. 자유민주당 총재인 에드 데이비스 의원을 비롯해, 집권당인 보수당 피터 보텀리 의원 등 정파를 초월해 11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결의안은 "셔먼 의원이 미국에서 발의한 한반도 평화법안을 통해 한반도 전쟁상태를 공식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또 결의안은 "남북한 정부가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 노력을 천명한 2018년 판문점선언을 지지한다"며 "영국정부는 모든 관련 당사국 및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해 이런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전쟁 종전' 1억명 서명 진행 중

한반도 평화법안이 미 하원에 2월 상정되면 논의과정을 거쳐 오는 9월 경에는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이에 맞춰 워싱턴에서 대규모로 한반도 평화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미주 한국일보는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행사 개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라며 "예정대로 열리게 될 경우 한인 이민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행사가 된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 국내 7대 종교를 비롯한 370여 시민사회단체와 개인, 그리고 60여개 국제 파트너 단체가 한국전쟁 종전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2023년 7월까지 전세계 1억명 서명이 목표다.(https://endthekoreanwar.net) 미중경쟁이 심화되며 한반도가 그 희생양이 될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온 국민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마음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장병호 외교통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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