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부장관 전망 … 우크라 해법 4자회담 종료 "휴전 노력"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현지시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군사행동 시점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싱크탱크 화상대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가 아마도 지금과 2월 중순 사이에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모든 조짐을 분명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 4자 고위당국자 회담 언급하는 러시아 대표│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의 외교정책 고위 당국자들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모여 4자회담을 마친 뒤 드미트리 코자크 러시아 대통령 비서실 차장(왼쪽)이 파리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셔먼 부장관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2월 4일이고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건 우리 모두 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그 순간을 선택한다면 열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베이징 올림픽이 푸틴 대통령 결정의) 시점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셔먼 부장관은 미국이 전면전을 비롯해 모든 종류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언급과는 차이가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3일 CBS인터뷰에서 '올림픽 시점이 푸틴 대통령의 계산에 영향을 주겠느냐. 러시아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중에 조지아를 침공했다'고 하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무엇이 이익인지에 기반한 푸틴 대통령의 계산에 기반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군사행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현지 체류 자국민들에게 즉각적인 출국을 권고했다.

미 대사관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공지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안보 상황이 러시아의 높아진 군사행동 위협으로 계속 예측 불가능한 상태이며 예고 없이 나빠질 수 있다"면서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체류 미국민들이 민간 항공편이나 다른 개인적으로 사용 가능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즉각 출국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앞서 23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에 철수 명령을 내리고, 비필수 외교관에 대해선 자발적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미국인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이날 공지문은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들이 출국을 서두를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를 놓고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와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서면답변을 전달했지만 양보안을 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져 '건설적 답이 없으면 대응하겠다'는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같은 날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4개국은 우크라 사태 해법을 모색하는 회담에서 휴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4개국은 공동 성명에서 '민스크 협정'에 따른 휴전을 유지하기 위한 각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8시간의 마라톤회담 끝에 도출된 공동 성명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휴전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하고, 2주 안에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 협의를 이어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회담을 두고 프랑스와 우크라이나 측은 긍정적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러시아 측은 진전이 없다고 평가해 이견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측근은 "문제는 러시아가 해빙의 신호를 내비치길 원하느냐였는데,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긍정적인 신호를 얻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 안드리이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이날 성명이 201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도출된 의미 있는 문서라며 "이것이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 측 드미트리 코작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은 "해석에 있어서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크라 동부에서) 휴전이 모든 당사자에 의해 유지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면서도 "우리 동료들이 우리의 주장을 이해해 (베를린에서 열리는 다음 회담까지) 2주 안에 성과를 내길 희망한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편 우크라 동부 돈바스 상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은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군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돈바스 지역의 자치 허용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반군에 본격적으로 무기를 공급할 경우 양측의 대치가 대규모 무력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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