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후 발생한 세계적인 경제금융위기로는 대략 3개 정도가 꼽힌다.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과 2008년 미국 월가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대침체(Great Recession),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돼 현재까지 진행중인 대봉쇄(Great Lockdown)가 그것이다. 혹자는 여기에 오일쇼크로 시작된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시대를 추가하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이런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을 때마다 영향력을 강화해 오늘날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이 되었다. 월가가 무너지면 세계 금융 시스템도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고 연준은 '최후의 대부자' 역할로 떠올라 세계 금융시스템을 떠받치는 존재가 됐다. 연준이 세계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유일한 원천이며, 연준이 지원해주는 달러유동성의 안전망에 의존하지 않고는 세계금융 시스템이 독자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됐다.

2008년 위기 후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등극한 미 연준

세계 대부분 중앙은행들이 최후의 대부자로서 '부분 준비금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준비금의 일환으로 자산에 상당량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준비금'은 뱅크런이나 금융위기, 전쟁 등이 발발할 때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매커니즘을 뜻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이지만 JP모건 등 민간은행들이 주주인 연준(Federal Reserve System)은 '준비'(Reserve)에 최상의 실물자산인 금이 별로 없다. 1913년 연방은행준비법으로 설립된 연준은 자산의 35% 이상은 반드시 금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했고 초기에는 전체자산의 84%가 금이었지만 2차대전 전쟁비용 마련과 폐허가 된 서유럽 부흥계획(Marshall Plan) 재원, 베트남전 전비 충당 등으로 막대한 재정수요가 생기면서 사실상 준비자산에서 금을 퇴출시켰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 정지(Nixon Shock)를 선언하면서 금 본위 준비자산의 제약을 벗어났다. 2008년과 2020년 위기를 맞아 고속윤전기로 인쇄물을 찍어내듯 달러를 찍고, 헬리콥터로 살포하듯 달러 유동성을 풀었다.

올해 1월19일자로 공개된 연준 총자산은 8조8678억달러다. 미국채(U.S. Treasury Securities) 5조6933억달러, 주택저당채권(Mortgage-Backed Securities) 2조6862억달러, 금(Gold Certificate Account) 110억달러, 기타자산(Other Assets) 408억달러 등이다. 이중 재무부 채권과 MBS가 총자산의 94.4%를 차지하고 금은 0.12%에 불과하다.

연준이 세계 중앙은행 격으로 최후 대부자 노릇을 하는 준비자산의 대부분은 미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이다. 미국채의 신뢰도는 미 정부가 보유한 자산과 미국 국민에게 세금을 징수할 권한에서 비롯될 뿐이다. 오로지 미국정부에 대한 신용으로 새로운 위기가 발생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달러 살포로 위기를 넘기는 불안한 시스템이다.

자산시장, 모든 것이 내리는 '긴축발작' 본격화

연준의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 3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고 상반기내에 양적긴축(QT)을 시작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 연준 회의를 전후해 전세계 자산시장에서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모든 것이 다 내리는(Everything Decline) '긴축발작'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준이 가장 최근에 양적긴축에 돌입한 것은 2017년 10월이다. 2008년 9월 서브프라임 위기 이전 9257억2800만달러였던 연준의 자산은 이후 앙적완화(QE)로 5배 불어난 4조5000억달러에 이르렀는데 당시 연준은 2년간 3조8000억달러로 약 15%가량 줄였다. 그 여파로 2018년 9월부터 연말까지 나스닥지수는 20% 넘게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가 3.16%로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에 다시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의 공포에 놀란 연준은 2019년 QT를 중단했다.

연준이 비정상적 긴급조치를 중단하고 금융 정상화를 시도한다면서 금리를 2% 이상 올리고 시중 유동성을 긴축 모드로 가져가면 즉시 금융패닉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40년 만에 물가지수가 7%대로 오르고 약 450만명이 인력시장에서 은퇴 또는 안티워크(Anti Work)로 빠져나가면서 인건비가 급증하는 코로나발 노동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플레이션 충격이 본격화됐다. 놀란 연준이 테이퍼링 종료 → 금리인상 → 상당한 규모의 QT 카드를 꺼냈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긴축의 강도를 지속할 수 있을까.

안찬수 경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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