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많고, 경찰에 욕설 폭력까지

"잘 못 대하면 징계, 놔두면 망신"

촉법소년을 현장에서 접하는 경찰들은 난감한 상황을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어린 나이 때문에 아직 순진한 학생도 있지만 자신들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촉법소년은 빨리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다'는 말까지 있을까. 서울 지역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촉법소년은 잘 못 대하면 징계를 받고, 놔두면 망신을 당하기 때문에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한다.

이 경찰은 지난해 여러 차례 차량 절도를 하고 붙잡힌 뒤 반성도 없이 행패를 부린 초등학생 때문에 애를 먹은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 이 초등생은 몇 살 터울 친형이 저지른 범행을 보면서 자라 "200건 절도를 했고 차량과 고급 오토바이를 훔치고 운전했다"고 자랑스레 밝히기도 했다.

파출소에서 경찰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던 이 초등생은 재범이 확인돼 결국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2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한 경찰은 "촉법소년이 범행 현장에서 체포돼도 경찰에 욕설하고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건 예사다"고 말했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한 경찰도 "촉법소년이 오면 자신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나 촉법소년인데 마음대로 해봐라'고 욕도 쉽게 내뱉는다"며 "이런 경우를 1년에 10번 정도는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경찰은 "어린 나이에 실수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한계를 넘는 행동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촉법소년 대다수는 본인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재범이 많고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음란물 사진과 문자를 보내다 부모에게 발각돼 혼이라도 나면 오히려 112에 전화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면 경찰은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서울 지역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 업무를 하고 있는 한 경찰 간부는 "코로나 초기인 2020년에는 소년범죄가 줄었다가 지난해부터는 다시 늘고 있다"며 "자신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의사 부모에게 폭력을 유발하게 해 아동학대로 신고한 촉법소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경찰은 "소년범죄의 나이를 14세 미만이 아니라 12세로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정폭력에서 시작한 폭력이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로 확대되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다"며 "아이뿐 아니라 부모·부부의 청소년 이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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