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성공한 대통령' 집중 … 이 캠프 "길 열어달라"에 부정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30%대 박스권을 돌파할 유일한 돌파구인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40%대 유지와 지난해 경제성장률 4% 달성 등 소위 '4·4 성과'와 함께 진정국면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 등으로 문재인정부의 '반성의 여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재명캠프의 '차별화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첫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28일 이재명캠프 핵심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40% 천장을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차별화"라며 "하지만 청와대에서 차별화의 길을 열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를 적극 비판하는 '차별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다. 청와대는 역대 모든 임기말 정부와 같이 '국민들이 제대로 평가를 해 주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야당이나 언론에서 각종 성과를 평가절하한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만들어낸 업적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사용한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40%대는 '성공한 정부' 평가의 발판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8~2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1%였다. 지난해 9월 셋째 주부터 이어진 30%대 행진이 올해 들어 40%대로 올라섰고 이를 3주째 이어가고 있다. 5년차 3분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 중 단연 최고수준이다. 지금껏 대통령들의 임기말 지지율은 30%를 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10%p정도 높은 셈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청와대가 스스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인정받으려는 데는 '성장률 4%'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은 4.0%다. 또 통계청에서는 지난해에 산업생산과 투자뿐만 아니라 소비까지 늘어나는 '트리플 증가'가 4년 만에 나타난 지표를 내놨다. 경기의 강한 회복세로 인식될 만하다. 이는 '민생을 외면했다'는 평가를 잠재우면서 'K-방역'의 효과로 언급할 만한 대목이다. 부동산시장도 하향 안정화로 전환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재명캠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부진한 야당과 비교한 '상대평가'이자 코로나19 위기감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의 부진'과 '2030세대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비판', 거칠게 확대되는 '양극화' 등 청와대-국민 간 인식차이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캠프 핵심관계자는 "지금처럼 가면 정권재창출은 어렵다"면서 "청와대는 성공한 대통령으로만 남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성공한 대통령'보다 '정권재창출'에 무게를 실어달라는 주문이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먼저 국민들에게 부동산뿐만 아니라 2030세대에 대한 사과, 양극화 문제와 고용문제 등에 대한 지적 등도 수용하는 발언을 해줘야 한다"며 "청와대가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이 후보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진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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