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양자토론 고수 … 국민의힘 28일 실무협상 불참

이재명, 양자만? 양자+3자? 3자만? … 전부 무산될 수도

안철수, 윤 후보 겨냥 "법과 국민 위 군림하겠다는 의도"

3.9 대선이 겨우 40일 남은 가운데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TV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로를 비난하는 네거티브만 난무한다. 유권자 사이에서 "대체 뭘보고 후보를 고르란 말이냐"는 불만이 커지지만 여야간 TV토론 협상은 갈수록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28일 오후 여야 4당을 대상으로한 TV토론 실무협상이 열린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날 불참을 통보했다. 양자토론이 아닌 4자토론을 논의할 협상장에 나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날 협상에는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양자토론을 막아달라며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을 받아들였다. 양자토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 기자회견│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 성일종 단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선 후보 TV토론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주혜 의원, 성일종 단장, 황상무 특보.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국민의힘은 방송사 주관이 아닌 당사자 합의에 의한 양자토론은 법적 문제가 없는만큼 4자토론 대신 양자토론을 강행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TV 토론 실무협상단 관계자는 28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당초 합의한대로 31일 양자토론을 하고 4자토론은 그 후에 다시 만나서 천천히 시간과 방법 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토론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4자토론을 하면 변명만 하고 넘어가면 끝이다. 대장동 의혹을 제대로 짚을 시간이 없다. 변명만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제대로 된 토론을 하려면 1대1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협상단은 28일 오전 민주당측에 "양자토론 협상을 위해 만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 후보는 윤 후보와 양자토론도 진행하고 4자토론도 참석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31일 양자토론과 4자토론을 한꺼번에 하자는 것이다. 법원의 결정과 윤 후보 입장을 모두 고려한 아이디어다. 다만 국민의힘은 부정적이다. 앞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떻게 하루에 토론회를 두 번 할 수 있냐. 대국민 말장난으로 보인다"고 폄하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리를 빼고 3자토론을 하겠다면 그건 말리지 않겠다. 알아서하라"고 말했다.

다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4자토론 거부에 따라 △양자토론과 3자토론 동시 참석 △양자토론만 참석 △3자토론만 참석 △양자와 3자토론 모두 불참 중에 결정할 처지가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28일 "윤 후보쪽에서는 안 후보와 같이 토론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 같다. 어떻게든 안 후보와는 (토론을) 안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리는 모든 토론에 대해 열려있지만 윤 후보가 빠진 토론회를 하는건 적절치않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3자토론에 대한 회의적 반응으로 읽힌다. 이 관계자는 "4자토론을 전제로 양자토론을 받겠다고 한거다. 4자토론을 하지 않고 양자토론만 하면, 법원에서 4자토론을 해야한다고 한 마당에 우리까지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토론만 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설연휴 TV토론이 좌우될 상황이 됐다.

4자토론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의 양자토론 고수를 맹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해치지 않을테니 굳이 궁색한 꼼수로 양자토론으로 도망가지 마시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8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윤 후보를 향해 "국민 정서나 법원의 결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4자토론에) 빠지면 윤 후보가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아주 낮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윤 후보가) 외쳤던 공정과 상식은 도대체 뭔지, 뭐가 무서운 건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엄경용 박준규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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