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차관 무죄

사법농단 판사 감형에

"사법개혁 아직 멀었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사법부가 내놓은 잇단 판결에 청와대가 참담해하는 분위기다. 사법부가 정부여당 인사들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법조 인사들에겐 관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사법개혁이 퇴색할 상황에 놓인 까닭이다.

대법원은 2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대해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받은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한 전·현직 장관 가운데 첫 실형확정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반면 같은 날 서울고법은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건설업자 최 모씨로부터 4300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대가성이 인정돼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금품과 성접대를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으나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소 내지 무죄를 선고받았었다. 이번 판결로 김 전 차관은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이날 서울고법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이규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이민걸 전 실장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것에 비해 형량이 줄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던 이현동 전 국세청장도 이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앞서 25일 서울고법은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개설해 22억9000여만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은순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법부의 잇단 판결에 청와대 내에선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유죄 판결은 문재인정부의 인사정책과도 연관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사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정부 인사에 대한 판결은 그렇다 쳐도 법조계의 제식구 감싸기식 판결을 보면서 문재인정부가 사법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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