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선/또다른우주/1만5000원

한국 사회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이혼율이 급증하고 결혼율과 출생률이 급감했다. 유럽에서는 혼외출산율이 절반을 넘고 미국에서도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결혼제도의 몰락이 시작됐다고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돌봄과 부양을 주고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 절박한 돌봄 수요와 경제적 어려움은 복지 제도가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더라도 가까운 관계가 주는 정서적 만족감과 친교의 즐거움은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성과의 결혼을 전제로 한 가족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어떻게 정서적 안정감과 친밀감을 얻을 수 있을까.

혼인에 기반한 전통적인 가족 관계를 대체하는 다양한 대안 가족에 대한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삶의 동반자로 선택하기도 하고 친구와 동거하거나 따로 살더라도 서로 돌보며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새로 나온 책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의 저자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 2명을 입양함으로써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결혼을 하지 않아도 양육자로부터 분리된 보호대상아동을 입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비혼자가 아기를 입양해서 키우는 소소한 일상 얘기는 이 시대의 가장 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논란과 맞닿아 있다. 사회를 이루는 토대지만 많은 사람에게 불행의 원천이기도 했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혈연과 양육에 대한 고정관념, 일부만 입양되고 대부분 보육시설에서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로 살게 되는 보호대상아동의 열악한 현실 등은 가정과 아동보호를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사회제도로 이어져야 할지 여러 단서를 제공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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