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행정처 재판 지적권한 없어"

심상철·방창현 1심 이어 무죄 판결

사법행정권 남용,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서 2심 재판부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재판 지적권이 없다"며 재판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최수환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두명 모두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일부 혐의를 벗으면서 감형됐다.

이들은 사법농단과 관련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중 유일하게 유죄 판단을 받았다. 5명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1심 재판은 아직 진행중이다.

함께 재판을 받은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방창현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재판권과 사법행정에 관한 법령을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봐도 지적권한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에 속한다고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상소제도 외에 판결의 오판을 시정하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고 오판 시정이나 미숙한 법관의 재판과정에서 잘못을 즉시 시정하기 위한 지적권한이 현행 사법제도 내에 형성돼 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지적권한이 인정될 경우 법관의 모든 재판절차에 관한 상시적 감독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체계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사법권 독립에 정면으로 반할 뿐 아니라 재판권에 대한 사법행정권의 상시적 감시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과 법관윤리강령은 판사가 재판을 할때 사법부 내부를 비롯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해 심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주요 사건 평의결과를 수집하게 했고, 이를 보고 받은 혐의와 일부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전 실장이 법원내 특정 연구모임 와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한 혐의와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에게 국민의당 의원 사건 담당 재판부의 심증을 확인해달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을 단순 위헌 취지로 변경하도록 재판에 개입할 목적으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거나 통합진보당 사건 재판부에 보고서를 전달하게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1심과 같이 유죄로 봤다. 다만 1심에서 재판개입 혐의가 없다고 본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유지했다. 특히 헌재와의 관계에서 사법부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절차 진행 등을 검토를 한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실장에 대해서는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행정소송 1심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을 깨고 무죄로 봤다. 이에 따라 이 전 실장은 1심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형종이 변경됐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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