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반대 정치권 나서

야당 "백지화, 공원조성"

대선 결과에 좌우될 듯

태릉골프장 개발 문제가 대선판에 소환됐다. 정부 계획에 대한 주민 반대가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야당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개발 계획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 노원(갑) 중랑(을) 구리 남양주을 당협위원회는 28일 "태릉골프장 개발은 노원 지역만이 아닌 서울시와 국가 현안 과제"라며 "제1야당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4개 지역이 연대해 개발계획 전면 백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태릉골프장은 국토교통부가 2020년 8.4대책을 발표하며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당초 해당 부지에 주택 1만호를 공급하려다 노원구 반발에 부딪혀 물량을 6800호로 줄였다. 노원구 반대의 핵심은 교통문제였다. 골프장 인근인 화랑로 일대는 인근 구리시 갈매지구와 남양주 별내지구 등에서 진행 중인 택지개발 사업으로 상습정체가 발생하는 구역이다. 골프장 개발까지 더해지면 일대 교통체증이 극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야당 요구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아예 개발 계획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8일 열린 주민토론회에서 야당 당협위원장들은 "전국 최대 베드타운인 노원구는 물론이고 신내를 포함한 중랑구, 갈매를 포함한 구리시, 다산·별내·왕숙·진접 등을 포함한 남양주 지역에 엄청난 밀도로 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면서 "그 핵심 길목인 태릉골프장에 아파트를 지으면 베드타운은 광역화되고 주민들은 교통지옥을 피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개발계획을 백지화하고 초대형 녹지공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북서울꿈의숲(약 66만㎡) 보다 30% 이상 크고 서울숲(약 48만㎡)의 2배에 가까운 녹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태·강릉(163만9180㎡)을 역사문화공원으로 보존하고 태릉푸른동산(90만㎡)와 태릉선수촌(사용허가 기준 18만3879㎡)까지 포함하면 월드컵공원, 올림픽공원에 이어 서울 최대규모 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의 공급 계획 축소 이후 잠잠하던 태릉골프장 개발이 수면 위로 부상한 건 대선 영향이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공재개발 활성화 공약을 발표한데다 경기지사 시절부터 육사를 경기도로 이전하고 이 부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육사 이전을 통해 택지를 추가 확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자 반발이 다시 일어났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 계획에 대한 반발이 가라앉아 있지만 향후 교통대책 수립, 노원구와 인근 지역 주민 간 이해충돌 등 갈등 소지가 많은 상황"이라며 "정권교체 등 큰 변수까지 남아있어 개발계획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입장도 변수다. 개발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려면 서울시 동의와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선거 당시 정부의 태릉골프장 택지공급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정부가 공급규모 축소 등 주민 요구를 반영했지만 환경,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주민 반발이 거세 민주당 구청장도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한데다 야당까지 반대하니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결과에 따라 계획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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