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보다 대학 진학 선택하는 학생 더 많아 … 취업자 3명 중 1명, 1년 내에 직장 떠나

직업계 고등학교가 취업률이 떨어지고 학생모집난이 가중되면서 총체적 위기에 봉착했다. 저성장 경제의 장기화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데다 잇단 현장실습 사망사고로 고졸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시각까지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오히려 커지는 등 직장 내 차별이 여전해 취업보다 진학을 선택하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소·영세기업은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지만, 청년층은 희망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 상태로 남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저임금·고위험 기업중심의 현장실습에 매몰되지 말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차별 철폐 등 중등 직업교육의 총체적 구조변경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용 공고 게시판 살피는 고교생들 | 지난해 6월 15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개막한 2021 고졸 성공 취업 대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줄어드는 취업자 비중 =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576개 직업계고 졸업생 8만9998명 중 2만4938명(27.7%)이 취업했다. 지난해는 전국 581개 직업계고 졸업생 7만8994명 중 2만2583명(28.6%)이 일자리를 찾았다. 취업자 수가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취업률이 소폭 상승한 것은 모수인 졸업생 감소에 따른 통계적 착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직업계고 출신 중 취업을 선택한 비중은 2009년 16.7%에서 2017년 50.6%로 꾸준히 상승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직업계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꾸준히 높아져 2020년에는 취업자보다 많은 3만8215명(42.5%), 지난해에는 3만5529명(45.0%)이 대학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 일선 교사는 "직업계고는 고졸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다"면서 "하지만 취업률이 낮아지고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설립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육계 일부에서는 취업률 하락의 원인을 현장실습에서 찾았고, 정부도 이런 지적을 정책에 반영했다. 과거 현장학습은 채용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11월 제주도에서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듬해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개편, 실습형에서 학습형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현장 점검이 늘었고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교육부는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현장실습 선도기업'을 선정하고, 학기 중에는 이들 기업에만 취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선도기업에 선정되지 못한 기업에는 겨울방학 이후, 즉 학기가 끝난 뒤 취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2016년 6만16명이던 현장실습 참여 학생은 2019년 2만2479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해마다 하락하는 고졸 취업률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2019년 1월 정부는 2022년까지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을 6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은 사실상 학습형 현장실습을 포기하는 내용을 포함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선도기업에 선정되지 않은 기업도 '참여기업'으로 현장실습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선도기업 자격이 없는 기업들의 현장실습 참여가 급감해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가 축소돼 고졸 취업률이 하락했다는 이유였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안전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열악한 환경에 자발적 실업자로 =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취업률 60% 달성 목표는 요원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고졸 취업률 하락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산업구조 변화, 정보기술(IT) 발달 등에 따른 심화 수준의 직업교육 수요가 증가하는 데 지나치게 저임금·고위험 일자리에 매달렸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3월 '2020년 직업계고 졸업자 유지취업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취업률은 직장건강보험 등 데이터베이스 등을 이용했으며 군입대자와 진학자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사결과 마이스터고·특성화고·일반고 직업반 등 직업계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50.7%로 집계됐다. 마이스터고가 71.2%로 가장 높았으며 특성화고 49.2%, 일반고 직업반 31.6% 순이다.

교육부는 6개월 뒤 이들 중 얼마나 취업상태를 유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유지취업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20년 4월 1일 기준 취업자 중 77.3%가 6개월 후에도 취업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스터고가 82.1%로 유지취업률이 가장 높았으며 특성화고 76.6%, 일반고 직업반 74.1%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81.7%, 대전 80.8%, 인천 79.6%, 경기 78.3% 순이다. 남성 졸업자의 유지취업률은 74.8%, 여성은 80.9%로 여성의 유지취업률이 6.1%포인트 더 높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1년 뒤 얼마나 취업상태를 유지하는지를 조사해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그 결과 2020년 4월 1일 기준 직업계고를 졸업한 뒤 첫 직장에 취업한 2만4858명 가운데 65%인 1만6151명만이 지난해 4월1일까지 취업을 유지했다. 직업계고 취업자 3명 중 1명은 취업 후 1년 내 직장을 떠났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전공과 실제 작업장에서 하는 업무 간 '미스매치'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당국의 분석이다.

한 직업계고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상업·디자인·관광 계열 졸업생이 생산직에 취업 하는 등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학생들은 적성과 상관없이 일자리가 없다보니 대규모로 고졸을 채용하는 생산직 등에 취업하지만 열악한 환경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조사결과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유지취업률이 직업계고 졸업자가 진출하는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인력난 = 이런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5인 이상 민간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은 11만4000명으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미충원인원의 91.6%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됐다. 미충원 사유로는 '근로조건이 구직자 기대에 맞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23.3%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중소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90%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학력 차별이 여전한 기업문화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력에 따른 처우 등의 차별이 여전한 기업문화기 고졸 취업률을 떨어트리는 한 요인으로 지적된 것이다. 실제 2015년 정규직 기준 고졸과 대졸의 평균 월급 차이는 98만2000원이었지만 2019년에는 104만9000원으로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낮아진 대학 문턱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등록금 동결로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난까지 겹친 대학가에서 직업계고 학생을 정원 외로 선발하는 전형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전형은 직업계고 출신끼리 경쟁이다. 실제로 내신 관리만 어느 정도 돼 있다면 중위권 대학 이상 진학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도권의 한 직업계고 교사는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대졸자가 넘쳐 나면서 질 좋은 고졸 일자리가 줄어들어 직업계고 학생들이 질 낮은 일자리나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면서 "이제는 일부 성공사례를 홍보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직업계고를 졸업해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 의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의 성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직업계고 교육 정책으로 인해 학교와 학생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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