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

4월 28일 원·달러 환율이 1272원50전에 마감됐다. 다음날 1250원대로 내려왔지만, 20일부터 28일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환율이 올랐던 터라 변동성이 주목받았다.

달러강세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유로 엔 위안 등 다른 통화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1990년대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 시절 나타났던 달러강세 시대가 다시 재연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당시와 같이 동아시아 수출국들의 수출증가와 그로 인한 경기호전이 나타날지 아니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경제분석 기관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여서 딱히 설득력 있는 의견으로 모아지는 경향도 보이지 않는다.

미 상무부는 올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해 -1.4%로 집계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쳤던 2020년 1, 2분기의 마이너스 성장률 이후 6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했던 점과 작년 4분기의 6.9% 성장률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시장전망과도 많이 어긋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기침체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기술적 요인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는 뜻이다. 아마도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수준에 가까운 실업률을 나타내는 등 활황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 연준(Fed)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구인난과 이에 따른 임금인상을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엇갈린 지표들에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영향도 고려하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된다.

월가도 상반된 분석과 전망들을 내놓는다. 4월 말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인플레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JP모건도 이와 같은 견해에 근거해 미 연준의 긴축기조의 정도가 하반기에는 수정될 것으로 봤다. 국내에서도 우크라이나전쟁이 마무리되면 원자재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시장에서 우세해 보인다. 반면 도이체방크 같은 곳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없기 때문에 5% 이상의 기준금리를 예상하는 비관론을 취하고 있다.

미국 외 국가, 금리인상 여력 없어

환율급등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8.5% 상승하자, 연준의 입장은 매우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화상행사에서 80년대 초 10%가 넘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대로 올렸던 폴 볼커 전 F연준 의장을 극찬했다고 한다.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시킬 가능성이 매우 큰 반면, 유럽중앙은행이나 일본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시킬 형편이 못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의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압력이 크지만 인내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예상되는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급등과 그로 인한 경기침체 악화위험은 유럽중앙은행이 섣부르게 금리를 인상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2020년 이후 4차례에 걸쳐 370조엔이 넘는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도 별다른 경기회복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370조엔은 2021년 일본 GDP의 70% 가까운 엄청난 규모로서 일본 국가채무에 상당 부분 누적되었다. 금리인상은 일본재정에 치명적인 국채이자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거듭 나온다.

코로나 봉쇄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도 금융 완화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은 주요 국가들 가운데 기준금리를 거침없이 올릴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사실 미국은 자체 에너지 조달 능력이 충분하며, 농산물이나 식료품의 물가상승 부담도 크지 않다.

여기서 수요억제 수단인 금융긴축으로 그 긴축의 원인으로 지목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파월 의장도 누차 동의하듯이 작금의 인플레이션은 공급측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금융긴축은 미중갈등,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야기된 공급망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지속할 명분을 갖는다.

강달러시대 상당기간 지속될 듯

그럼 미국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금리격차는 유럽자본과 일본자본의 자국유출과 미국으로의 유입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목표로 하는 미국내 제조업의 재건이 훨씬 수월해진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유럽의 국방비 증액을 불러올 것이며, 이는 당연히 미국에 대한 의존도와 미국의 방산수출을 증가시킨다.

미국의 상하원은 우크라이나에 사실상 무기한의 무제한적 무기지원을 허용하는 렌드리스(Lend-Lease)법을 통과시켰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330억달러의 추가 예산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강달러 시대가 열렸으며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