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민의힘 검수완박 중재안 뒤집어 … 공천에도 '입김' 관측
임기초엔 윤 대통령 주도권 예상 … 인사·지지도·선거가 '변수'
동국대 박명호 교수는 16일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는 우리 정치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로 꼽힌다. 어느 쪽이 집권해도 (여당은 대통령실) 출장소라는 비판을 받는다. (대통령은) 여당에 자율성을 더 줘야한다. 여당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야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입김 상당" = 대통령과 여당 간의 '건강한 관계'는 우리 정치의 오랜 숙제다. 여당이 대통령과 견제와 균형이란 '건강한 관계'를 맺어야만 성공하는 정권을 만들 수 있다는 교과서적인 정답이 있음에도 현실정치에서는 일방적 종속이 횡행하기 일쑤였다. 대통령이 항상 여당 위에 군림해온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관계는 과거보다 더 정답과 멀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출발부터 전직 대통령에 비해 악조건이다.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여당 출신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은 여당에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말 국민의힘에 입당한 '신입 당원'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권(여당)에 빚이 없다"는 얘기를 할 법도 하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사이의 교집합도 약하다. 추경호 권영세 박진 이영 원희룡 등 전현직 의원 5명이 장관직을 받았을 뿐이다. 대통령실에는 여당출신 인사가 더욱 희귀하다.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정도가 눈에 띈다. 비서관과 행정관은 거의 대부분 늘공(공무원 출신)으로 채워졌다. 반대로 국민의힘 내에도 윤석열계가 압도적이지 않다. 윤핵관(윤석열측 핵심관계자)이 주도권을 잡기는 했지만, 전체 숫자(109명)에서 윤석열계 의원들이 절대다수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출신도 아니고, 양쪽 사이의 교집합도 약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뜻대로' 움직여줬으면 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을 뒤집은 건 향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관계를 설명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국민의힘 공천에 '입김'을 행사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김은혜 경기지사와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등은 대표적 '윤심 후보'로 꼽힌다. 김은혜 후보에게 패한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윤심'은 수도권 일부 기초단체장 공천에서도 관찰된다. 국민의힘 공관위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입김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솔직히 상당했다. 앞으로 국정운영에서도 (윤 대통령의) 입김이 상당할 거 같다"고 토로했다.
◆역대 대통령 여당서 쫓겨나 = 윤 대통령과 여당 사이의 '일방적 관계'가 임기 내내 유지될 수 있을까. 역대 대통령도 임기말에는 위세가 약해지면서 여당으로부터 탈당 요구를 받기 일쑤였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중후반기가 되면 여당에서 쫓겨났다. 선거 패배나 측근 비리 등이 이유였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16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이는 역대 당청에 비해 관계의 밀도가 아주 약한 편"이라며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권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선거(6.1 지방선거)를 지거나 국정지지도가 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대통령과 여당 관계가 빠르게 냉각기를 맞을 수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임기말에도 여당보다 우위에 서려면 높은 국정지지도를 유지하면서 선거(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에서 '내(윤 대통령) 덕분에 이겼다'는 평가를 받아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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