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선거 지원' 명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등판

2002년 노무현 후보, 지방선거 후 책임론 '곤혹'

이재명측 "전당대회 출마 막으려는 음모" 반발

'수도권 선거지원'을 명분으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6.1 지방선거 후 책임론과 대세론의 평가대에 오를 전망이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내부 의견을 종합하면 경기·충청권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차기 리더십이 공고해지는 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책임론 시비에 휘말려 차기 전당대회 출마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인천대공원 찾아 지지호소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대공원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과반 승리' 들고 조기등판 = 이재명 선대위원장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7개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중 9곳 이상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일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에서 심판자는 선택받고 유능한 일꾼은 선택받지 못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견제와 균형, '잘하기 경쟁'이 가능하도록 심판자가 아닌 일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직후 전국선거라는 특성상 여권에 유리한 '허니문 선거'라는 불리한 여건에서 민주당의 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출마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출마로 인천·경기도 선거와 충청권에서 긍정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흔들리는 '서부벨트' = 이 위원장이 제시한 '전국 과반승리'의 전제는 수도권과 서부벨트의 선전이다. 인천·경기, 충청권에 호남·제주를 포함한다.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는 지방선거 전체의 정치적 평가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격돌하는 경기도지사 선거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위원장의 대리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위원장은 15일 인천 남동구 인천대공원 연설에서 "인천이 이겨야 수도권이 이기고, 수도권이 이겨야 강원·충청에서도 이겨 우리가 과반 승리로 나아갈 수 있다"며 지지층 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지방선거 투표율은 통상 55%를 넘지 못하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 대선에서 투표한 사람의 3분의 1은 투표하지 않을 거란 얘기"라며 "더 투표해서 반드시 압도적으로 이기자"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이 위원장의 계산이 맞아떨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 지지도 하락이 심상찮다. 한국갤럽 5월 2주차(10~12일. 1000명.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1주 조사보다 10%p 하락했다. 3월 대선 직전부터 국민의힘과 지지도 격차는 3%p 이내 였다.

10일 윤석열정부가 공식 출범한 효과가 반영됐다고 해도 낙폭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서부벨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도권과 충청권의 변화가 심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경기·인천(308명)은 1주일 새 6%p 하락했고, 대전·충청·세종 지역의 지지율은 전주 49%에서 일주일 사이에 19%p 급락하며 30%를 기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검수완박 논란으로 중도층 민심이 이탈하고,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의 활약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는 것과 맞물려 민주당이 수세에 몰릴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충남 천안출신인 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이 터지면서 충청권 민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책임론 악몽 = 지방선거 결과를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연계한 이 위원장 입장에선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김대중정부 말기인 2002년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를 떠올리는 일들이 많다.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결과와 자신의 재신임 문제를 결부시키며 배수진 전략을 폈다.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민주당은 호남과 제주 등 4곳에서 승리하며 참패했다. 노 후보는 지방선거 이후 대국민성명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채찍질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약속한 바와 같이 대통령 후보직에 대해서 재신임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이 극심한 혼돈을 겪은 것은 당연한 순서다.

이번 이재명 위원장의 수도권 등판이 형식상으로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지만 당 안에서는 이 위원장 스스로의 정치진로를 놓고 벌인 수 계산의 결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적잖은 상황에서 명분으로 제시한 수도권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반대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쪽에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재명 위원장의 한 측근인사는 16일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치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한 이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이 위원장의) 8월 전당대회 출마를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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