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원 67%, 전남도의원 47%

기초단체장 6명, 기초의원 282명도

여성·청년 후보자도 눈에 안 띄어

6.1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의 참정권 박탈 논란이 일고 있는 '무투표 당선'이 무더기로 나왔다. 거대 양당 구도가 공고해지면서 정당 공천권이 주민들의 참정권을 넘어서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정당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려 494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이는 전체 선출 인원(4132명)의 12%에 이른다. 2002년 치러진 3회 선거때 496명이 무투표 당선된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모두 6명이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김철우 전남 보성군수, 명현관 전남 해남군수,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김학동 경북 예천군수가 각각 단수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광주·전남은 민주당, 대구·경북은 국민의힘 소속 후보다.

지방의원의 경우 무투표 당선자는 광역의원이 106명, 기초의원이 381명, 교육의원이 1명이다. 특히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에 몰려있다. 전남도의원은 전체 지역구 55곳 중 26곳(47.2%)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전체 지역구 의원의 절반이 투표 없이 정당 공천만으로 주민 대표가 된 것이다. 26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광주시에서도 11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전남은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5명이나 된다. 대구시의원은 무투표 당선자가 20명으로, 무려 69%가 투표 없이 주민 대표가 됐다. 경북도의원도 55곳 중 17곳(31%)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기초의원의 경우 대구는 3명, 경북은 8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이는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벌어진 폐해다. 특히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에서 기초단체장까지 대거 무투표로 당선된 것은 주민 참정권 측면에서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정치 불신과 무력감으로 정치적 무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건전한 경쟁 없는 선거는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관치의 길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청년 배려도 안보여 = 여성·청년 후보들에 대한 배려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거대 양당이 정치개혁을 하겠다며 여성·청년 배려를 약속했지만 매번 선거 공천 때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17개 선거구에 등록한 후보자 55명 중 여성은 10명 뿐이다. 18%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주요정당은 더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은 1명(임미애·경북), 국민의힘은 2명(김은혜·경기, 조배숙·전북)만 공천했다. 이마저도 당선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면 경기지사에 도전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정의당이 광역단체장 후보로 여성만 4명을 공천하면서 비율을 높였다. 서울시장에 권수정, 대구시장에 한민정, 인천시장에 이정미, 광주시장에 장연주 후보를 각각 공천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여성 후보자 비율이 더 낮다. 226개 선거구에 등록한 후보자 580명 가운데 여성은 고작 33명(5.6%)이다. 역시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이 13명, 국민의힘이 10명이다. 정의당 4명, 진보당 1명, 무소속 5명이 나머지 숫자를 채웠다.

지방의원 출마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광역의원의 경우 779개 선거구에 1543명이 등록했는데, 이 가운데 여성은 259명(16.7%)이다. 10명 중 2명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의 여성 후보 비율이 훨씬 낮다. 민주당은 공천자 694명 중 150명이 여성(21.6%)이고, 국민의힘은 666명 가운데 84명(12.6%)이 여성이다. 주요 정당 중에서는 정의당이 유일하게 절반에 가까운 숫자를 여성으로 채웠다. 절대 숫자가 적긴 하지만 11명 중 5명이 여성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다른 지역구 선거에 비해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전체 후보자 4445명 중 여성은 1020명(22.9%)이다.

여성 의무 할당이 있는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가 있어 전체 후보자 여성 비율을 높였다. 전체 여성 후보자 비중은 27.5%로 4년 전(25.2%)과 비교하면 2.3%p 상승했지만 여전히 30% 벽은 넘지 못했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자 61명 중 9명이 여성이다. 한 여성 기초단체장은 "여성 단체장 후보가 어느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며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각 정당이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청년 후보들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선 전체 후보의 평균 연령은 54세인데, 특히 기초단체장의 경우 평균 60세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고령자의 도전이 많았다. 광역단체장 후보 평균은 57세다. 이에 비해 비례 광역의원 평균 나이는 47세로 젊은 편에 속했다.

한편 최고령 후보는 전북 남원시나선거구 기초의원에 도전한 무소속 하대식 후보와 충북 단양군나선거구 기초의원에 도전한 무소속 김영주 후보로 올해 81세다. 최연소인 만 18세 후보는 4명이다. 광역의원에는 이재혁(경기·정의당) 이건웅(제주·녹색당) 후보가, 기초의원에는 김경주(경북 경주·민주당) 오신행(전남 무안·무소속) 후보가 각각 도전장을 냈다.

김신일 최세호 곽재우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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