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금감원장 유력설에 금융위와 '긴장 모드' 형성하나

특사경 갈등 다시 불거질 듯 … 현행 금융감독체계 근본적 한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감독당국 수장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모두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만간 동시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검찰 출신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수장 교체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시 불협화음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정책과 집행이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각각 분리돼 있는 현행 구조상 금융감독 문제를 놓고 두 기관은 언제든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질 수 있는 관계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자리를 모두 경제·금융 관료출신들이 차지할 때면 늘 두 기관의 '원보이스'를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16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금융위원장은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행시 25회)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고, 차기 금감원장은 검찰 출신으로 금감원 근무경력이 있는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와 박은석 법무법인 린 변호사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 변호사는 1961년생으로 성광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연수원 16기)에 합격해 검사로 근무하다가 2008년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금감원 부원장보를 연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박 변호사는 1963년생으로 청주 세광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연수원 20기)에 합격해 검사로 근무하다가 2015년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금감원 감찰실 국장, 2016~2018년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장을 맡았다.

이와 함께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조두영 변호사와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낸 박순철 변호사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에 임명되면 현재 금융위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금감원의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출신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변화의 발단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주가조작 등) 사건을 수사하는 특사경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던 사안이다. 금감원은 증권감독원 시절부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를 해왔지만 금융위는 2013년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을 출범하면서 두 기관이 경쟁을 벌였다.

금융위·금감원 직원을 자본시장 특사경으로 지명할 수 있는 법이 2015년 마련됐고 검찰과 금감원은 줄곧 특사경 출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4년간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고 버텼다. 2018년 국회의 질타를 받고 난 이후 추천권 행사를 통해 금감원 특사경이 2019년 출범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올해 별도로 금융위 특사경을 출범시키면서 자본시장 조사뿐만 아니라 수사에 있어서도 금감원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이 같은 자본시장 특사경 논의를 잘 알고 있으며,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검찰 출신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당시 대검찰청은 금감원 특사경 출범 과정에서 '인지 수사권' 부여를 논의했지만 금융위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별도로 출범한 금융위 특사경은 인지 수사권을 갖게 됐고 금감원 특사경은 현재 인지 수사권이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을 거쳐 간 검찰 출신 인사들은 특사경 출범 과정에서 금융위와의 갈등을 잘 알고 있다"며 "금감원장으로 오게 되면 이 문제가 즉각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부활을 강조하는 등 윤석열 정부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당시 금융감독기구의 독립과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강조했던 금감원은 정은보 원장 취임 이후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에 대해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검찰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에 임명되면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감원장 교체 시기마다 금융위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감독방향의 전환, 임원 교체 등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은 금감원장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장이 바뀔 때마다 감독기구의 운영에 변화가 생기는 현재의 불안한 감독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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