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 오래전 법학책에서 본 법언(法諺)이다. 개인 간 약속도 지켜져야 하거늘 하물며 국가 간 약속이라면 그 엄중함이 비교할 수조차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2030년까지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2050년까지라면 약 30년 가까운 세월이 남은 만큼 기술혁신으로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본다 해도, 당장 8년밖에 남지 않은 2030년 감축목표는 발등의 불이다. 산업활동과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교통 부문에서의 철도 확대 및 전기차·수소전기차로의 전환,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스마트화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요인 감소, 산업현장 공정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이산화탄소보다 수십배나 온실효과가 큰 메탄 관리를 포함한 농업 부문의 감축 등 사회 전 부문에서의 총체적 혁신적 노력이 요구된다.

온실가스 감축 위한 특단의 대책 요구돼

포장재를 재활용하면 자원절약은 물론 포장재 원료를 조달·운반·가공하는 데 따르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철 1톤을 생산하는데 철광석으로 만들 때와 고철을 재활용하는 경우 이산화탄소가 각각 1.9톤, 0.4톤 발생한다. 재활용을 하게 되면 원광석 이용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21%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알루미늄(18%, 12.2/2.2톤) 유리(65.8%, 7.08/4.66, 에너지비) 페트(20.9%, 2.15/0.45톤) 등을 재활용하는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환경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음료용 투명페트병 재활용사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페트병은 솜이나 부직포 등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단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투명페트병을 다른 재질과 분리해 깨끗하게 잘 모아서 적정하게 처리하면 음료용으로 다시 쓸 수 있다.

이 경우 페트병의 원료인 석유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원유의 채굴·운반·정제 및 페트병 제조에 따르는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다. 원유수입 감소에 따르는 외화절약은 덤이다. 이미 일본과 유럽에서는 재생페트를 음료용기에 일정비율 섞어서 만든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최근 환경부와 식약처가 협의를 거쳐 재생페트를 음료용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관련 재활용업계도 시설투자 등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 생수업계도 이른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라벨이 없는 생수 출시 등으로 우호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미 공동주택은 2020년 말부터 단독주택은 2021년 말부터 투명페트병 분리수거 시책을 펼치고 있다.

자원절약과 탄소중립에 이르는 길

정부의 정책과 음료생산자 및 재활용업계의 호응,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어우러질 때 투명페트병의 음료용 병 재활용이 구현되고 정착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원절약의 길이자 탄소중립에 이르는 길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린다. "아파트 단지마다 라벨 떼고 투명페트병 전용수거함에 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