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 재생에너지 초기 투자비·운영비 등 비싸

국가별로도 일조량·발전소 수명 차이로 경제성 상이

에너지원별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원자력이 아직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생에너지 가격이 더 저렴해질 전망이다.

다만 조사기관마다 경제성 평가 값이 다르고, 국가간 상황도 차이가 있어 신중한 비교·검토가 요구된다.

16일 내일신문이 국제에너지기구(IEA),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미국 투자은행 리자드(Lazard) 등의 에너지원별 균등화발전원가(LCOE) 산출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예를 들어 IEA는 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이, 리자드는 원자력보다 재생에너지가 각각 경제성을 지닌 것으로 분석한다.

또 한국은 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이, 미국은 원자력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관마다 최초 투자비용과 연료비, 발전량, 발전소 수명, 운영비, 정책비용 반영 비율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국가마다 일조량 풍량 인허가과정 등 처한 환경이 다르다보니 획일적으로 어느 에너지원의 경제성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은 이미 그리드패러티 도달 = IEA는 주요 발전원별 LCOE (5년후)전망치를 5년마다 발표한다. 가장 최근에는 2020년에 2025년 전망치를 공개했다.


IEA가 분석한 한국의 2025년 에너지원별 LCOE는 원자력이 53.3달러(MWh 당, 중간 값)로 가장 저렴했다. 이어 석탄 75.4달러, 가스복합 86.6달러였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상업용)이 98.1달러, 육상풍력 140.2달러, 해상풍력 161.0달러에 달했다.

한국에선 재생에너지의 LCOE가 전통 에너지원보다 여전히 높았으며, 특히 태양광과 풍력은 원자력의 1.8~3.0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은 이미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드패리티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화력발전 비용이 같아지는 시점을 말한다.

IEA가 전망한 미국의 2025년 LCOE는 육상풍력이 MWh당 38.3달러로 가장 저렴했으며, 유틸리티용 태양광 43.1달러, 해상풍력 64.6달러로 조사됐다. 미국에선 유틸리티용 태양광 기준을 10MW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일반적으로 3MW 이상을 지칭한다.

미국은 가스복합도 44.8달러로 낮은 발전단가를 보였다. 원자력과 석탄은 각각 71.3달러, 88.1달러로 재생에너지보다 비쌌다.

◆중국도 재생에너지 경제성 한국보다 뛰어나 = BNEF의 주요 국가별 LCOE 조사(2020년 상반기 기준)에서도 한국의 재생에너지발전 경쟁력은 전통 화력발전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 석탄과 가스가 각각 MWh당 62달러, 85달러였지만 육상풍력과 태양광은 105달러, 106달러에 달했다. 원자력은 조사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독일은 육상풍력 50달러, 태양광 58달러, 가스 87달러, 해상풍력 105달러, 석탄 156달러 순이었다.

영국은 육상풍력 45달러, 해상풍력 71달러, 태양광 71달러, 가스 79달러였으며 원자력이 230달러에 달했다. 해상풍력의 가격경쟁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미국은 육상풍력 37달러, 가스 40달러, 태양광 44달러, 석탄 90달러, 해상풍력 96달러의 흐름을 보였다.

중국도 재생에너지발전 경제성이 한국보다 높았다. 태양광 38달러, 육상풍력 50달러, 해상풍력 83달러였으며, 석탄역시 58달러로 한국보다 저렴했고, 원자력은 58달러로 조사됐다.

◆조사기관마다 산출방법 달라 획일적 비교는 무리 = 세계평균이 태양광 50달러, 육상풍력 44달러, 해상풍력 78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태양광과 풍력 LCOE가 두배 이상 비싼 셈이다. BNEF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석탄 LCOE가 낮은 수준이지만 2025년쯤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리자드는 국가별 LCOE를 산출하지 않지만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세계 평균 태양광(유틸리티용)은 2009년 MWh당 359달러에서, 2015년 55달러, 2019년 36.5달러로 급감했고, 육상풍력도 같은기간 135달러에서 47달러, 40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원자력은 2009년 123달러에서 2019년 163.5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재생에너지 LCOE가 비싼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우선 국토가 좁은데다 발전설비용 토지확보가 어려워 규모면에서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설계조달시공(EPC)·금융·인허가비용은 물론 유지보수비와 토지사용료 등 운영비도 다른 나라보다 2~6배 이상 비싸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 프로젝트의 평균규모는 10MW이하(2017~2019년) 이지만 중국 22MW, 인도 50MW에 이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조사기관마다 LCOE 산출시 비용, 발전소 수명 등 분석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기관별 수치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하지만 한 기관이 분석한 에너지원 간 경제성 결과를 각각 독립적으로 살펴보면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개선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만 현재 산출되는 재생에너지 LCOE에는 송전선로 확충 등 계통보강 비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백업시설 비용이 반영 안 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균등화발전원가(LCOE) = 발전소 건설비 원가부터 운영비, 연료비, 사후처리(원전 해체 포함) 비용을 모두 더한 후에 발전소가 평생 발전할 수 있는 전력량을 나누어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전 주기 동안의 발전량 대비 비용(Ratio of lifetime costs to lifetime electricity generation)"이라 정의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원자력" 연재기사]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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