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북극의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의 상징이다. 북극권 기온상승 속도는 나머지 지구촌보다 2배 이상 빠르다.

최근 IPC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극 해빙 면적은 1850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050년 이전에 '북극해에 얼음 없는 여름'이 도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다위에 떠 있는 얼음뿐만 아니라 그린란드 땅을 덮고 있는 빙상이 대량으로 녹아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면 전세계 저지대와 하구, 작은 섬국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물론이고 공해(公海)가 포함된 광대한 북극해의 과학조사와 연구,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북극이용을 위한 기술개발 등 지구촌이 봉착하고 있는 북극 현안들과 그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국제적인 협력없이 해결할 수 없다.

강대국 간의 냉전이 마무리된 1990년대 이후 30년간 북극이사회를 중심으로 전례 없는 다자간 협력시기를 맞았다. 2013년 북극이사회 옵저버 지위를 얻은 우리나라도 이러한 협력시기를 활용해 북극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쟁보다 협력을 우선하는 게(High North - Low Tension) 북극거버넌스를 유지하는 암묵적 기준이었다.

우크라전쟁 이후 흔들리는 북극협력

그러나 북극협력은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얼어붙고 있다. 러시아를 제외한 북극권 7개국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보이콧하면서,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고 있는 북극이사회 의사결정이 사실상 멈췄다.

현재 러시아를 제외한 북극이사회 7개국은 내년 5월 노르웨이가 새로운 의장국이 되어 북극이사회를 정상화하기 전까진 멈춰있던 협력 엔진의 출력을 낮춰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다. 협력이 재개된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러시아를 뺀 북극협력이 어떠한 형태로 진행될지 여전히 안개속이다.지속적으로 북극 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갈 새로운 방안 마련의 목소리도 커진다.

우리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북극에서 주권적 권리가 약한 비(非)북극국가들은 협력의 장이 축소되면 그만큼 역할도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다산과학기지를 세운 지 20년이 되는 해다. 다산기지를 통해 우리는 북극 과학연구와 협력에 본격 참여할 수 있었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북극 과학연구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우리는 과학연구 성과와 협력을 기반으로 북극이사회 옵저버 국가로 역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극지통합 정책 추진의 기반이 되는 '극지활동기본법'이 제정되었고 북극활동을 지원할 두번째 쇄빙연구선 건조를 확정했다. 다산기지가 처음 세워진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북극역량을 가지게 되었다. 기후 과학 기술 자원 물류 등 북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글로벌 이슈이자 미래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공간파급력이 크다. 북극은 해양 우주 통신 등 첨단산업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소재와 공간도 제공할 수 있다.

북극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 역량 집중

지금의 얼어붙은 북극협력은 머지 않아 새로운 틀 안에서 재정비돼 가동될 것이다. 그간 준비한 정책과 연구 인프라, 그리고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북극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북극시대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