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략개념에서 "이익·가치·안보에 도전" … "러시아는 직접적인 위협"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29일(현지시간) 중국을 동맹 안보에 도전하는 '사실상의 위협'으로 처음 적시하고, 러시아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넉달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는 동시에 중국 견제를 내세워 아태지역으로 보폭을 확장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모인 나토 회원국 지도자들│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회원국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마드리드 AP=연합뉴스


나토는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정상회의 첫날 '전략 개념' 문서를 채택하고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명시했다.

전략 개념은 나토가 처해 있는 안보 도전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치적, 군사적 임무를 포함해 나토가 앞으로 10년간 대응해야 할 우선순위를 담은 문서로, 중국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토는 문서에서 "중국은 정치, 경제, 군사 도구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며 국제적인 입지를 키우고, 힘을 보여주고 있지만, 중국의 전략과 의도, 군비증강은 불투명한 상태"라면서 "중국은 주요 기술 부문과 산업부문, 중요 인프라, 전략 자재, 공급망을 통제하려고 하며 우주, 사이버 공간, 해양 영역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뒤엎으려고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깊어지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약화하려는 양측의 시도는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를 두고는 "회원국 안보와 유럽과 대서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러시아를 우리의 파트너로 간주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어 "러시아는 강압, 전복, 침공, (영토) 합병으로 영향력 입증과 지배권 확립을 추구한다"며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 양쪽에 쓸 수 있는 새롭고 파괴적인 운반 수단을 늘려가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위협과 적대 행위에 단결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계속 대응하겠다"며 "우리의 파트너가 악의적인 개입과 침략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관해서는 "이란과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며 "시리아, 북한, 러시아는 비국가 활동 세력과 함께 화학무기 사용에 의존해왔다"고 서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유럽의 달라진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우리의 집단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 태세를 강화하겠다"며 영국, 스페인, 폴란드 등에서 군사력 증강 계획을 발표했다.

30개 회원국 정상들은 아울러 핀란드와 스웨덴을 나토 회원국으로 초청하고 가입 의정서에 서명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양국의 나토 가입 절차가 시작됐다.

나토는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합류 소식을 환영하면서 앞으로 "두 나라는 더욱 안전(safe)해지고, 나토는 더욱 강해질 것이며 유럽과 대서양지역은 더 단단(secure)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끔찍한 잔혹 행위"로 "인도주의적 재앙"을 일으켰다고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이지 않은 방어 장비 공급 속도를 높이고,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동시에 나토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소련 시대 장비에서 현대적인 나토 장비로 전환하고, 상호운용성을 높이며, 국방 및 안보 기관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정상들에게 대공 방어 시스템, 현대식 포병 전력 등의 지원을 요구했다.

나토 정상회의 결과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고, 우크라이나는 환영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이러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사람들은 러시아를 위협하고, 어떻게든 억누를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상응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나토가 오늘 마드리드에서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며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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