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장소 절대적 금지는 헌법정신 위배

우리 사회 곳곳에서 괴롭힘이나 보복성 집회·시위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인근에서는 5월부터 보수단체와 유튜버들이, 서울 서초동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난 14일부터 진보성향 유튜버들이 맞불 격으로 확성기와 스피커를 동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도 각종 집회·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시위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112로 신고된 집회·시위가 3월 2998건, 4월 3661건, 5월 4074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 관련 시설 앞 시위가 증가하면서 정치권에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야가 올들어 발의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7건에 달한다. 일부 민주당 개정안에는 '전직 대통령의 사저'를, 국민의힘 개정안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 장소에 포함했다.

하지만 학계와 법조계, 시민사회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한다. 헌법은 제21조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지난 22일 논평에서 "특정 지역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국민의힘 의원안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결정 취지에 위배될 뿐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인 김대환 교수(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전·현직 대통령의 사저가 헌법에 규정된 공공복지와 국가안전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전·현직 대통령 사저' 등 특정한 장소를 법률에 명시해 집회를 금지시키는 방식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인물이나 장소를 명시하면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평등권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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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박광철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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