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 박용진, '시대교체' 시도

총학생회장 출신, 차별화 시험대

결선투표 없어 '단일화'에도 관심

더불어민주당의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들이 과연 3연패 이후 변화와 혁신의 주도세력으로 설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86세대와 친문그룹의 핵심 인사인 이인영 홍영표 전해철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거나 시사한 가운데 재선의 97세대 강병원 박용진 의원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오랜 고민 끝에 대선과 지방선거 책임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준석'과 같이 기존 질서를 깨뜨릴 수 있는 충격이 절실한데 민주당 97세대 역시 기존 86세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자체적인 변화의 에너지가 약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강병원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29일 박용진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워크숍에서 의원들이 대선패배와 반성 등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하고는 출마를 긍정적으로 고민했다"면서 "낙선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들의 얘기를 듣고 출마를 최종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가슴이 뛰어' 1년여 준비 끝에 대선에 도전했던 것과 달리 '지명방어전'으로 들릴 만한 대목이다. 강병원 의원은 같은 날 출마선언을 통해 "이 자리에 서기까지 묻고 또 물었다. 민주당의 새로운 대표가 돼 당을 이끌 비전이 있는지, 그에 합당한 태도를 갖췄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한다. 다시 희망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당위성' 뒤에 나올 '어떻게'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재명은 안 돼'로는 안 돼 = '새로운 세대'는 기존 질서와 결별할 때 붙여지게 마련이다. 97세대가 새로운 세대로 구별되기 위해서는 '이재명은 안 돼'나 '86세대는 안 돼'와 같은 쳐내기식 네거티브 방식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이재명 상임고문과 86세대와의 확실한 차별화에 도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0년대 생이 아닌 70년대 생이라는 '나이'를 기준으로 순서를 정하는 세대교체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대표적인 97세대인 박용진(성균관대, 71년생, 90학번) 강병원(서울대, 69년생, 90학번) 강훈식(건국대, 73년생, 92학번) 의원 역시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90년대 초반 학번으로 학생운동의 끄트머리 세대다. 경우에 따라서는 86세대와 '같은 운동권 세대'로 묶일 수도 있다.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변호사'로 정치에 입문해 사실상 주류에 편입됐다. 박주민 의원과 강병원 의원은 최고위원에 당선돼 지도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97세대' 의원들로 민주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는지에 대한 평가엔 부정적인 쪽이 많다. 86세대의 대표주자이면서 당권도전 의지가 작지 않았던 이인영 의원이 지난 28일 아침에 4명의 97세대 의원을 모아 놓고 아침식사를 하면서 당대표 출마를 권유했고 곧바로 강병원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출마의지를 보인 점은 86세대와 97세대가 혁신에 의한 단절이라기보다는 승계나 대물림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97세대의 당대표 도전은 86세대와 선을 긋고 계파정치에서 벗어나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는 주체가 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모 중진 의원은 "97세대가 그동안 당내에서 어떤 두각을 보여줬고 어떤 혁신을 보여줬는지 기억이 없다"며 "과거 재선이었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의 새천년민주당 정풍운동을 재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97세대가 국민의힘의 '이준석-윤석열'과 같은 기존 질서를 깨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도전으로 오히려 상처만 남길 수도 있다"고 했다.

◆이재명 고문 출마 확실시 = 이재명 상임고문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이 고문 측근인사는 "전당대회 룰이 확정된 이후에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했다.

97세대와 이재명 고문의 경쟁 구도로 짜여지고 있지만 여전히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여론이 강하다. 메시지나 비전으로 승부를 걸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따라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비율을 조율하는 선거룰 변경방안이 더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 박용진 의원은 권리당원 50%, 국민여론 50%로 뽑자는 주장이다. 계파의 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결선투표가 없는 당대표 선거라는 점에서 사전에 '97세대'간 단일화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당 안팎의 관심도가 많이 낮아진 데다 이재명 고문측에서 '큰 폭의 전대 룰 변화'를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두 달도 남겨놓지 않고 선거방식 등을 개편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다른 모 중진 의원은 "97세대에게서 민주당 내부의 변화 에너지를 발견하기는 어렵다"면서 "거대양당 구조에서 적대적 공생관계에 놓인 상황에서 자생적인 혁신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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