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

6월 16일 윤석열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기업·시장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보유세·상속증여세·금융투자소득세 부담 감소 등 대기업과 최상위 소득·자산 계층의 조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대기업과 최상위 소득·자산 계층에 대한 세금부담 경감 추진은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이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효과가 중소기업으로 흘러 내려가고,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근로자와 가계소득도 증가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낙수효과'는 한국 보수정권의 대표적인 성장 패러다임이었다.

최경환 경제팀에서 실패 인정하고 조세정책 기조 수정

그러나 이러한 낙수효과는 이미 10년 전인 2014년, 박근혜정부의 최경환 경제팀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한 정책기조다. 최경환 경제팀은 더 이상 기존의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조세정책의 기조를 수정한 바 있다.

지금 우리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 양극화 문제다. 유례없는 물가상승 금리인상, 그리고 경기침체가 예견되는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재원을 부담해야만 공동체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담세력 있는 납세자에 대한 누진과세 강화와 사회복지 안전망 확보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현 정부는 부자감세, 복지정책 강화, 재정준칙 법제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재정준칙을 준수하면서 복지수준을 유지하려면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 밖에는 없다. 부자감세까지 하려면 결국 부자가 아닌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공언했지만, 결국 직장인·자영업자, 그리고 담배소비자에 대한 증세로 이어졌고 담뱃세 인상은 추석을 며칠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해 국민의 원성을 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부의 이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상속증여세 공제금액 상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법은 공평과세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능력에 따른 세금 부담을 규정하고 있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최종 보고한 재정개혁보고서(2019년 2월)는 상속증여세제가 '응능부담(應能負擔) 원칙' 아래 부의 대물림에 대한 적정과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증여세의 경우에는 중산·서민층의 결혼·주택자금공제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공익법인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번 상속증여세 개편안은 중산·서민층을 위한 공제금액 확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부의 원활한 이전을 위한 공제금액 상향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제개편, 근로소득자·자영업자에 대한 형평성 고려해야

정부에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상속증여세 공제액을 인상하려고 한다면, 근로소득자·자영업자에 대한 형평성부터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행 소득세법상 기본공제액은 1인당 인적공제액을 연 15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최저 소득 구간인 1분위 가구의 1인당 지출액은 월 62만원이고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744만원이다. 물가상승률 등을 떠나 최저한도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조세법 원칙과도 괴리가 있다. 기본공제액 인상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상속증여세 공제액 상향만 주장하면 납세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합리적인 정책결정은 가능한 모든 대안을 열거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하고, 정치적 실현가능성을 포함해 실현가능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