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직무평가·여야 정당 지지도 동반하락

민생 위기 아랑곳 않고 '과거·당권다툼'에 몰두

1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동반하락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의 극한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지지기반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민생 위기 상황은 아랑곳 않고 내부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고 있는 여야에 대한 외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은 물론 다수당인 야당이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을 벌인다'는 비판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과 맞물려 정치권 전체에 대한 질타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전 설명 듣는 이준석 대표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방문,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갤럽의 6월 5주차 조사(28~30일. 1000명.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한다 43% 잘못한다 42%였다. 6월 초 대비 직무 긍정률은 10%p 줄고 부정률이 그만큼 올랐다. 대체로 이념상 중도층, 무당층에서 부정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18%)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 독단적·일방적(7%)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당지지도에선 국민의힘 40% 민주당 28% 정의당 6% 무당층 25%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양당은 6월 한 달간 공히 내림세를 보였다.

악수하는 이재명·강병원 의원 | 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4대기관의 6월 5주차 전국지표조사(27~29일. 1002명)에서는 국민의힘 40% 민주당 26% 정의당 6% 태도유보 27%였다. 6월 3주차와 비교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가 3%p 하락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호남권에서 '지지정당 없다'는 태도유보층이 33%로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념상 진보라고 응답한 응답자 가운데에서도 50%가 민주당을 선택하고 22%가 태도를 유보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75%가 국민의힘을 지지했고, 15%가 유보했다.

◆원 구성 놓고 네 탓 공방만 =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소모적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점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한 달 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1일에도 국회 공전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렸다. 민주당은 지난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7월 4일에 열기로 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양보를 제안한 만큼 국민의힘의 양보안을 기다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입법부에서 여당은 민주당이고 180석에 가까운 거대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돼 연기한 것"이라며 "양보할 거라고 한다면 이미 양보를 했을 것인데, 양보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 흔드는 윤석열 대통령 | 스페인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집권여당이면서도 국회를 정상화시키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국회의장만이라도 먼저 선출하자는 것인데 집권여당이면 국정에 책임을 지고 국회를 가동시켜야 하는데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발했다. 1일 본회의 강행이라는 강대 강은 피했다고 하지만 양 당이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정책임 의지 있나 = 국민의힘은 안정적 국정운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야당과의 갈등상을 타개하기 보다는 내부 당권투쟁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월 30일 여당을 향해 "국민 입장에서 상당히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직격했다. 그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여당이 결속해 윤석열정부를 보좌해야 하는데 지금 당내 사정이 상당히 불안정해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준석 대표의 거취를 두고 내분상을 보이는 여권에 대한 질타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7일 쿠키뉴스·데이터리서치의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하고 20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지지율이 45%밖에 되지 않고 부정적인 평가가 50%를 넘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빨리 수습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혁신 빠진 당권 경쟁 = 민주당은 민생과 경제위기 대처 등을 외치며 국회 정상화 등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민적 신뢰와 공감을 얻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한 원인에 대한 규명과 자기반성, 혁신 부재가 일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오는 8월 전대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의 대표 출마를 놓고 계파별 이해관계를 앞세운 갈등상을 연출하는 점이 지지층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권을 내준 반성과 혁신의 장이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가는데 대선과 지방선거와 큰 차이가 없다"면서 "민주당을 떠난 과거 지지층이 다시 돌아올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도체제를 두고도 정치적 위기상을 극복하기 위해 '단일성 지도체제'가 필요하다면서도 계파 이익에 따라 대표 권한을 축소하는 장치를 염두에 둔 주장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고조됨에도 민주당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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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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