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출생아수 혼인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자연감소가 증가함에 따라 '인구위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윤석열정부도 관련 태스크포스와 위원회를 출범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빠른 고령화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사회현안들이 세대 간 충돌양상으로 나타나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고령화가 자산시장을 붕괴시킨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시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견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자산시장 붕괴'(asset market melt-down) 가설이다. 1990년대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들의 은퇴가 임박함에 따라 월스트리트 분석가들 중심으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소비를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할 것이고 이에 따라 주식이나 부동산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됐다.

실제 일본의 경우 1930년대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서 이후 15년간 부동산가격이 80% 넘게 하락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벌어졌고 미국에서도 고령화가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었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해 이 가설이 주목을 받았다.

그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도 자산시장이 붕괴될까? 자산시장 변동을 고령화 현상으로만 귀결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향후 고령화 진행에 따라 공급물량보다 수요가 많지 않다면 가격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격이 하향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이런 기대가 형성되어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될 조짐을 보였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다시 주택가격 상승기를 맞았다. 특히 수요측면에서 젊은 계층이 대출을 기반으로 부동산시장에 일찍 참가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고령화로 인한 가격안정' 내러티브보다는 '지금이 가장 싸다'와 '벼락거지' 내러티브가 확산하면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을 보유한 고령자들의 자산처분이 한결 수월해지고 자산소득을 어느 정도 확보할 여건이 조성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의 변화(2012년 대비 2021년)를 연령대별로 비교해 보면 60세 이상의 순자산 증가율은 75.8%로 가장 높았던 반면 30세 미만은 오히려 7.7% 감소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부채 활용이 있는데 최근 10년 사이에 부채 레버리지 활용은 20대의 경우 300% 이상 증가했지만, 고령자들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주택을 보유한 고령자 가계는 그만큼 보유 자산가치도 높아졌다. 아울러 부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젊은 계층에게 높은 가격에 자산을 처분함으로써 젊은 계층의 부가 일부 이전된 것이다. 하지만 젊은 계층의 부채문제는 고령화의 구조적인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연금개혁 이슈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

새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바로 연금개혁 이슈다. 국민연금의 구조 자체가 워낙 지속가능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보니 정부 통제력이 강한 초기에는 이에 대한 개선논의가 제기된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연금개혁 문제는 환경문제만큼 실천하기 어려운 이슈다. 두가지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겠다. 첫째 인구변화는 현저성(salience)이 부족하다는 점, 둘째 사람들이 먼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불확실한 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 감소 즉 현재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려면 긴박하고 현저한 문제이면서 실천가능한 쟁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구변화와 이에 기인한 연금개혁 이슈는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제한적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로 적자연도가 2044년에서 2042년으로, 고갈연도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당겨졌다 하더라도 젊은 세대에게는 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이들에게는 당장 투자한 자산의 가격하락과 이자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

또한 연금적자 해소를 위해 현재 내야 할 돈을 더 내고 수급자들은 덜 받아야 한다면 이것 역시 미래가치를 위해 현재소비를 희생한다는 측면에서 현재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 힘들다. 현재 소비지출 감소는 근시안적 선호를 가진 사람들에게 손실로 작용할 것이며 손실회피성향으로 이러한 주장은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

세대충돌에 대한 정부의 역할

두가지 이슈는 모두 고령화로 인해 발생했으며 그로 인한 세대충돌의 승자와 패자가 나오고 있다. 고령화 진행으로 자산시장에 기대할 수 있었던 자산가격 안정은 코로나19로 사라지고 가격폭등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는 부채증가를 경험하고, 노인 세대는 자산가치 상승과 자본소득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자산과 소득이 노인 세대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세대 간 불공정한 이전 문제를 해소하려면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가격 안정이 중요하다. 더욱이 공급이 제한된 여건에서 젊은 세대에게 더는 '빚내어 집사라'는 신호를 주어서는 안된다. 또한 국민연금의 구조적인 적자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현저함과 손실회피 가능성을 고려해 실천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더 내고 덜 받는' 구조가 어렵다면 '같게 내고 덜 받는' 구조가 바람직한 기본방향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고령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관리와 세대 간 중재 역할은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산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싸진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부채를 '영끌'한 젊은 계층의 가계부채가 쌓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부채도 빠르게 증가해 장기 성장률 추세도 위험 수준이다. 향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정부부채가 될 것이다.

더욱이 인구 고령화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복지 지출 역시 정부의 부담이다. 또한 고령화 과정에서 늘어난 민간부채 일부가 부실화되면 이 역시도 정부 부담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계와 기업 모두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선에서 부채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 곳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 우리 경제에 대한 믿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정부재정의 건전성임을 고려할 때, 그리고 향후 발생할 대규모의 재정수요를 고려할 때 정부의 재정효율화 노력은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고령화의 세대 간 차별화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대 간 고령화 리스크 분담 중재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