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기후변화의 탓인지 올해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길다. 88올림픽을 준비하던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복달임 음식으로 먹어왔던 개장국 문화에 대해 식문화가 다른 해외동물보호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개 식용 문제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가 늘어나며 해외 동물보호단체의 지적 때문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며 논의의 쟁점이 달라지고 있다.

개 식용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 달라져

처음 논쟁이 시작될 때에는 반려동물 문화가 우리보다 일찍 정착된 유럽국가들의 무분별한 보도와 항의 등으로 개고기를 식용하는 우리 문화가 저급하고 열등한 것으로 오인되었고 우리 스스로도 주눅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638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3에 해당하고(농림축산식품부 2020), 이중 81.6%의 가구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현실에서는 식문화의 문제보다는 동물권에 대한 문제로 개 식용 금지 논쟁의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농식품부 '개 식용 문제 논의위원회'에서 본격적 논의가 진행되어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공감대에 도달하였지만,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달라 종식 시기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종식시기를 10년으로 하면 되고 15년으로 하면 안된다는 식의 논의과정에서 발생하는 힘겨루기와 갈라치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동물학대, 공중보건 위생, 종식 시까지 생길 수 있는 식품위생·안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조치가 시급하다.

최근 보신탕 음식점은 이미 외곽 지역과 뒷골목으로 사라졌고, 개고기 3대 시장도 축소되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달라졌기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이다. 더구나 소비에 있어서도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사회적 책임 등의 가치를 확인해 소비하는 가치소비(meaning-out consumption)를 주도하는 MZ세대들에 의해 종식시기는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공론화와 정부 확실한 조치 시급

'개 식용 문제 논의위원회'에서 종식시기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까지 우리 사회 구성원 그 어느 누구도 지적을 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공론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자. 이제 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애완동물에서 동반자이며 친구인 반려동물로 변화하였고, 생명 가치의 존중에 대해 토를 달고 나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논의과정에서 개고기 식용자와 취급자에게 낙인감을 주거나 그들의 선택이 무시되지 않도록 하며 동물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자. 우리 식문화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열등한 문화로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문화에는 등급이 있는 게 아니며 다만 그 사회의 자연환경과 시대적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는 종식시기 까지 법의 사각지대에서 희생되는 개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개 식용문화 관련자들의 상황을 그대로 방관하지 말고 사육 이송 계류 도살 및 취급 상에 동물복지에 저촉되지 않고 공중보건 문제나 식품 위생·안전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시급히 관련 법을 정비하거나 제도를 개선하여 우리의 식문화도 그 자체로 인정받고 동물권도 보호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