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서울시 교통기획관

다시 2학기 개학이 시작되면서 자녀가 있는 가정은 매우 분주한 분위기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아이에게 "길 건널 때 차 조심해"라고 건네는 당부 같은 인사는 오래전부터 으레 하는 일상이 됐다.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유치원생, 초등학생 같은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더욱 불안이 앞서고, 아무리 어른처럼 커버린 중, 고등학생이라고 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하라는 잔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교통안전' 양육의 가장 큰 걱정거리

그만큼 대한민국 부모에게는 교통안전이 양육에 있어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이고,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담보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서울시는 교통약자인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특히 통학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등하교 순찰 활동, 등교 및 하교 시간대 불법 주정차 단속 등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을 강화해왔고, 올해도 개학 시기에 맞춰 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9일간 집중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이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만큼 과태료 부과와 견인 등 즉각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

이렇게 통학로 안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학교 인근 현장에서조차도 어린이는 늘 교통약자이기 때문이다. 키가 작은 어린이에게는 달리는 자동차는 아무리 서행하더라도 빠르게 느껴질 뿐더러, 주정차된 차량도 시야를 가려 다가오는 차를 피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아이의 시선에서 운전자는 언제라도 두려움을 느끼는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작년 10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가 금지된 이후 약 1년이 되어가는 현재, 운전자 인식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0km 이하 서행, 횡단보도 앞 우선멈춤, 우회전 시 우선멈춤 등 법규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어린이 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10만5137건에서 8만5529건으로 18.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연간 1500건 이상을 기록했던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 역시 1000건대로 약 40%가 감소하는 등 점진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또한 과속 카메라, 스마트 횡단보도, 노랑 신호등, 옐로카펫 등 통학로 인근 안전시설도 확충되면서 생활 속에서 교통안전 수준이 올라간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됐다.

학교 앞에서는 모두 양보의 미덕 발휘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도 '잠깐인데 뭐'라며 안전보다 앞서려는 안이함과 조급함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자로서는 사고도 날 것 같지 않은데 속도를 줄여야 하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사통팔달 도로와 교통이 발달한 도심에서 적어도 학교 앞에서는 양보의 미덕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비단 어린 학생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등 모든 보행자를 위한 안전구역이다. 이런 안전지대가 우리 가족이 다니는 곳,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에 있어서 우리가 모두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인식하게 되도록 어린이 보호구역은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우리 부모들이 '차 조심해'라는 걱정 섞인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